하이피델리티
복귀했습니다- 프리미어스킬즈 통역봉사 후기
Louisie
2009. 8. 28. 21:27

개회식때 찍은 단체사진. 코치+통역+용인 레이번스 축구팀. 꼬꼬마가 제 얼굴을 가린 크리-_-
혹시 티비로 프리미어 스킬즈에 대해서 보신 분이 계실지 모르겠네요. YTN 뉴스에 나왔었고, 포포투와 SBS 스포츠부에서 취재해 갔습니다. 듣기로는 스포츠 뉴스에 짤막하게 나갈거고 다음주 정도에 약간 긴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나간다고 하던데 저도 아직 정확하게는 모르겠네요. 폐회식때 제가 통역하는 것도 찍어갔는데.. 나올려나? (우힉) 생각보다 행사가 상당한 규모였어요. YTN 뉴스 잘 보시면 저도 찾을 수 있어요.. 으하하.
새벽 6시 반에 기상해서 저녁 7시 반까지 진짜 일 빡시게 했습니다. 이게 말이 통역 봉사지 진행도 도와야 하고 잡다한 일도 해야 하고 참가자들 인솔도 해야 하고 정말 할 일이 많았거든요. 하지만 그만큼 배운 것도 많았고 또 즐거웠습니다. 이런 기회를 얻게 되어서 정말 기쁘네요.

프리미어리그 코치분들: 왼쪽부터 제임스 헤밍스/스캇 블랙/앤드류 브레이디/조니 가사이드
축구적인 면에서는 우리나라에도 유소년 발전에 힘쓰시는, 정말로 축구를 사랑하시는 분들이 많으시다는 것을 알고 많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총 43명의 코치분들이 이 프리미어 스킬즈 프로그램에 참가하셨는데, 당장의 돈을 위해서가 아니라 미래의 원대한 꿈을 위해 노력하시는 유소년 지도자분들의 열정과 노력을 보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축구 인프라가 아직도 얼마나 부족한지도 알게 됐고요. 이번 프리미어 스킬즈에는 소외된 계층, 장애인 축구 등도 중점적으로 다루었는데 영국같은 곳에서 장애인 축구가 굉장히 발전이 잘 되어 있고 서포트도 많은 반면 우리나라는 장애인 축구의 인식에 대해서도 한참 뒤처져 있더군요. 시각 장애인, 청각 장애인, 뇌성마비 장애인 분들이 비장애인 분들보다 축구를 더 열심히 하시는 것을 보고 얼마나 많은 감명을 받았는지 모릅니다. 수화나 눈빛으로 얘기하고, 비록 말은 통하지 않지만 축구공으로 마음이 통하는 것을 보고 역시 축구는 universal language 라는 것을 실감했어요. 그리고 그뿐만 아니라 장애인 축구를 위해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투잡을 하시면서 장애인 축구 코칭을 위해 일하는 분들도 아주 대단하셨구요. 우리나라에서도 장애인 축구에 대한 인식이 더 넓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습니다. 저 스스로부터 실천하려고 합니다.
영어와 축구뿐 아니라 아직 사회에 나가 보지 않았고 기업에서 인턴 경험도 없는 저한테는 사회에 대해서 배우는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앞서도 적었지만 비단 통역뿐만이 아니라 사람도 다루고 진행도 처리해야 했는데, 그 과정에서 많은 일과 부딪히면서 사회생활의 한 단면을 볼 수 있었다고나 할까요. 여기에 대해서는 내부에 관련된 일이 많아 자세히 적지는 못하지만, 사회에 나가기 전의 준비과정으로서 좋은 공부가 되었습니다. 게다가 이걸 보니 제가 학생 신분이라는게 그렇게 감사할 수가 없더군요(...)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일주일 동안 힘들어도 웃을 수 있을 만큼 즐거웠다는 것입니다. 4명의 통역 봉사와 1명의 진행 총괄이 한 팀을 이루어서 스탭으로 활동했는데, 여기서 처음 만난 다섯명들끼리 굉장히 친해져서 일주일 동안 개인 시간은 한 번도 가지질 않았습니다. 전 개인 시간이 많을 줄 알고 토익책이랑 체호프 단편집을 챙겨갔는데, 단 한 글자도 보지 않았어요. 아이팟도 한 번도 꺼내보질 않았고. 다섯 명이서 함께 있는 시간이 제일 즐거웠을 정도로, 좋은 사람들과 일주일 동안 함께 지낼 수 있어서 너무 즐거웠습니다. 여기서 만난 인연이 앞으로 꾸준히 이어졌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통역팀뿐만이 아니라 참가한 43명의 코치분들과도 좋은 관계를 이루면서 지냈고요. 특히 그 중 제가 담당한 팀과는 나중에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할 만큼 즐거운 시간을 보냈어요. 처음에는 다들 처음 보는지라 어색했지만, 팀 토너먼트도 하고 축구도 같이 하고 하면서 친구처럼 지낼 수 있었네요. ^^ 제가 홍일점였던지라 다들 예뻐해 주시기도 했고.. 으하하. 저희 팀원 중 제가 반한 분이 하나 계셨거든요. 축구를 정말 잘하셨는데, 승부차기에서 마지막 키커로 나와 칩샷을 때리시는 겁니다! 그게 얼마나 멋졌는지...<- 번호를 주고받긴 했는데, 추후에 또 만날 수 있을지 지켜보겠습니다. 우후후;;

존테리 닮은 스퍼스 코치 제임스ㅋㅋㅋ (중앙)
전 스퍼스 코치분을 담당했었는데, 전 만나자마자 선전포고를 했습니다. 나 아스날 팬이다! 라고요. 으하하. 존 테리를 닮은 사람이었는데.. 나이 들고 살찐 존테리?ㅋㅋㅋ 뭐 아스날 진짜 싫어하더군요. 뭐 하다가 아스날 얘기만 나오면 노골적으로 싫어하고, 빨간 조끼는 아스날이 생각나서 싫다면서 절대 안 챙기고, 싫어하는 선수를 물어보니 아스날 선수들 전원이라 그러질 않나, 잘하는 꼬마애들을 보고 '레드납한테 추천하고 싶다'고 농담으로 그러길래 '벵거는 어떠냐'고 제가 그러니까 '벵거는 절대 안된다!'라고 하질 않나 ㅋㅋㅋ 마지막날 같이 버스 타고 상경할때 제가 아스날 멤버쉽 카드를 보여주니까 "WHAT THE HELL IS IT?"이라고 소리치더군요 ㅋㅋㅋㅋ 그래도 사람은 좋았습니다. 농담도 잘 치고 재밌는 사람이었어요. 끝나는 날 저한테 그동안 수고했다고 선물을 줬는데, 제가 스퍼스를 안 좋아하니까 특별히 화장품을 준비했다고 하더군요 ㅋㅋㅋㅋ 불가리 화장품이랑 향수를 받았습니다 ㅋㅋㅋ 다른 통역사들은 에버튼 레플을 받았거든요. 오. 스퍼스 친구, 센스좀 있어?
나중에 이런 기회가 있으면 반드시 또 참가하고 싶을 정도로 보람차고 즐거웠던 일주일이었습니다. 이번 여름방학에 한 일중 가장 높은 점수를 주고 싶네요. 비록 일주일 내내 필드에 나가있느라 팔다리가 다 타고 밤늦게까지 술 마시며 노닥거리고(......) 새벽에 일찍 일어나느라 피부는 개시망해서 개강 전날까지 어떻게든 다시 회복시켜야 하지만 말입니다(먼산). 게다가 정신차려보니 토익이 낼모레야! 으악!!

담당 코치가 준 스퍼스 뱃지는 버릴거고요... (ㅋㅋㅋ) 에버튼 휘장은 뭐, 이번 기회로 에버튼에 대한 애정이 급상승. 코치들 말 들어보니 모예스 대단한 사람이더군요. 프리미어리그 스킬스 유니폼은 남자 사이즈 XL이라 남동생을 주던지 해야죠, 크크. 모자는 일주일 동안 피치에 나갈때 쓰고 다녔습니다. 가끔씩 코치가 저보고 뛰라고도 해서 축구도 했음 ㅠㅠ 이게뭐임 ㅠㅠ 마지막으로 불가리 화장품 세트는 아까 얘기했듯 스퍼스 코치가 저한테 선물로 준거고요 ㅋㅋ 잘쓸게 제임스~
덧. 예상과 다르게 케이블이 되는 티비가 있어서 뉴스나 축구를 아예 못본 건 아니었고 (포츠머스전 하이라이트 봤고, 웨스트햄v스퍼스는 라이브로 봤습니다) 인터넷 되는 컴퓨터도 두 대 있었으나, 엄청나게 바빴던 데다가 한 팀으로 친해진 통역봉사 스텝들과 노느라고 세상일에 관심을 가질 틈이 없었네요. 아무튼 제가 없는 동안 아스날은 폼피와 셀틱 다 잡았고, 챔피언스리그 조편성도 아주 잘 되었습니다. 기쁘네요! 사실 캠프에 있는 동안 우리 승리보다 더 기뻤던 소식은 리버풀이 빌라한테 홈에서 깨졌다는 것이었지만 말입니다 ㅋㅋㅋㅋ 에버튼과 스퍼스에서 온 코치들 모두 리버풀을 싫어했기 때문에 춤을 추며 좋아했습니다. 낄낄. 3경기 1승 2패 승점 3점ㅋㅋㅋㅋㅋ 꼴좋다..
덧 2. 맨유전 필승. 지난시즌의 복수를 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