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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경기에 실망한 로빈 반 페르시

Louisie 2010. 6. 29. 15:22

어제 네덜란드v슬로바키아 경기에서 네덜란드가 2-1로 승리를 거두며 8강에 진출했지만 전 영 속이 편하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에너지와 집중도가 떨어져 가는 듯한 로빈의 플레이와, 카이트, 로벤 및 슈나이더와 어딘가가 계속 어긋나는 플레이에 '로빈이 잘 해야 하는데 왜 저럴까' 하고 걱정스러워하고 안타까워 했죠. 결국 로빈은 훈텔라르와 조기 교체되면서 피치에서 나갔습니다. 그때 로빈이 반 마르바이크한테 보인 리액션, 감독한테 무슨 얘기를 하는 그것이 현재 로빈의 기분 상태를 대변해 주는거 같아서 많이 걱정스러웠어요. 뭔가 안 좋은 일이 있었는지, 경기를 뛰어도 전혀 즐거워 보이지도 않고, 아무리 경기가 안 풀려도 저렇게까지 신경질적으로 반응할 선수는 아닌데 하고 말이죠.

네덜란드 언론에서는 로빈이 어제 교체될 때 반 마르바이크한테  "슈나이더를 교체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고 추측하고 있습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입술 모양을 읽고 한 추측이라고 해요. 로빈은 경기 후 리액션에서 그 추측을 일축했습니다.
로빈: 아니다. 난 절대로 이름을 언급하지 않았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입술을 더 잘 읽는 사람을 고용해야 할 거다.
난 경기를 매우 뛰고 싶었다. 슬로바키아가 공격을 하러 나올 것이기 때문에 공간이 더 열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필드에 남아 득점을 하고 싶었다.
때문에 교체 사인이 나한테 들어온 것을 보고 나는 무척이나 놀랐다.
피치에서 나가면서 코치한테 뭐라고 말했냐고? 지금 당신한테 말하고 있는 것과 거의 같다. 말이 좀 달랐을 뿐이다.
그러나 내가 코치한테 한 말은 우리 사이에서의 말이다.
그게 나를 실망시켰다. 나는 스트라이커고, 골을 넣고 싶다. 그리고 그건 팀에게 중요하다.
오늘 나는 나쁘게 경기한 것은 아니지만 뭔가가 부족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승리를 거두었다는 것이다.
만약 정말로 슈나이더의 이름을 언급했다면 그건 무척이나 잘못된 행동이죠. 감독의 교체에 왈가왈부 하면서 누굴 빼라는 것 자체가 월권행위니까요. 하지만 로빈은 딱 잘라서 아니라고 말했고 전 그걸 믿습니다. 반 마르바이크도 이후에 로빈이 슈나이더의 이름을 언급했다는 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반 마르바이크는 경기후 리액션에서 "반 페르시는 좀 실망했을 것이고 그럴 만 하다. 우리는 어떤 문제도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예전에 로빈이 프리킥 차는 것을 놓고 슈나이더랑 대립한 적도 있고 이래저래 언론에서 두 선수를 자꾸 적으로 몰아간다는 느낌이 듭니다.

슈나이더의 이름 언급이 사실이 아니라고 해도 교체될 때 로빈의 리액션과 로빈의 플레이는 언론과 팬들로부터 걱정을 사고 있습니다. 로벤은 여기에 대해 "그것을 놓고 왈가왈부해야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선수의 감정은 이해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아무런 문제도 없다. 팀이 문제가 되는것은 아니다.  우리는 팀으로서 계속 함께 플레이할 것이고 중요한 것은 그거다." 라고 말했습니다.

로빈이 실망스러워 하는 것도 이해가 갑니다. 네덜란드에서 원톱으로 기용되면서 등번호도 9번을 받아 월드컵 시작 전에 가장 많은 기대와 인기를 받았죠. 월드컵에서 스타가 될 오랑예 1위로 꼽히기도 했고요. 그런데 정작 월드컵이 시작되자 아스날과 평가전에서 5경기 연속 득점했던 것은 볼 수 없게 되고 자꾸 겉도는 모습이 보이니 본인도 초조해 할 거고 보는 팬들도 답답하고 안타깝습니다.

로빈이 좀 더 열심히 해주면 좋겠어요. 분명 자신의 경기에 실망스럽겠고, 교체되는 것이 기쁘지 않겠지만, 자신이 세운 목표에 영 미치지 않아 속상하겠지만 훈텔라르가 로빈과 교체되어 나올 때 무시무시하게 뛰는거 보면 전 솔직히 무섭습니다. 헌터가 필드에 나올 때마다 골 넣지 말라고 비는 제가 싫을 정도로 말이죠... 안 그래도 로빈이 골 못 넣어서 속상해 하고 있는데 자신의 '교체 선수'인 헌터가 골을 더 많이 넣어 버리면 로빈의 입지까지 불안해지고 더 비판받을 것 같아서 로빈이 교체된 후에 전 더 가슴을 졸이는 것 같네요. (이기적인 팬이라는걸 알지만 어쩔 수 없네요;)

지난 유로 2008때 로빈은 팀에서 스쿼드 플레이어였습니다. 부상 여파가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때 로빈은 자신이 반바스텐에게 교체 카드라는 것을 군소리 없이 받아들였죠. 그런데 이번 남아공 월드컵에서 일약 큰 짐이 지워지자 스스로가 조바심을 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아스날에서 로빈이 아무리 나쁜 경기를 보여서 교체된다고 해도 절대 이런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거든요. 단기 토너먼트에서는 폼을 끌어올릴 시간도 여유도 부족하고 해서 더 안절부절 못해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여러모로 걱정이 많이 됩니다.

다음 경기는 이제 8강 브라질전인데, 여기만 통과하면 네덜란드는 결승까지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물론 이게 가장 어려운 경기가 되겠지만) 반 마르바이크는 계속 로빈을 선발로 내세울 거라고 보고, 전 로빈이 대표팀에서 자신의 플레이를 다 보여주지 못하는게 전부 로빈 탓이라고 보지 않지만, 결국 아스날과 오렌지에서 다른 역할을 소화해 내는 것은 로빈의 몫이고, 로빈이 정말로 톱 클라스라면 그것도 해 내야 하겠죠. 브라질전에서 짠 하고 활약해서 얼굴이 활짝 핀 로빈을 보고 싶네요. 카메룬전에서도 골 넣고 캐시크해서 마음이 편치 않았는데.. 로빈 힘내라!

님아 좀 웃으삼 ㅠㅠ


(+) 웃고 갈 포인트 하나. 경기 후 NOS와의 인터뷰에서 (영상입니다) 로빈이 인터뷰 말미에 아스날을 언급하더군요. 무슨 말인지 궁금해서 네덜란드 팬포럼을 이용해 조사해 보니 'Ik speel bij Arsenal. Dat is voor de liefde, niet voor de poen'라고 했더라구요. 번역하면.. "난 아스날 선수다. 난 돈이 아니라 축구를 사랑해서 뛰는 거다" ㅎㅎ 남아공 가서까지 아스날 선수 아이덴티티 인증하고 있는 로빈! ㅠㅠ 역시 넌 저기 스페인에서 벤치 달구고 있는 은혜 모르는 놈이랑은 다르구나. 제발 잘해줘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