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d Old Arsenal

아스날의 뉴 캡틴 세스크, 새로운 장을 열기를.

Louisie 2008. 11. 25. 07:37
1. 캡틴 세스크 파브레가스

요즘에는 인터넷에 접속할 때마다 세상이 바뀌어져 있어서 오늘은 또 어떤 변화가 날 기다리고 있을까 하면서 맥북을 켰더니 세스크가 주장이 되어 있더군요. 나쁜 소식밖에 들려오지 않았던 아스날에 드디어 뭔가 희망을 주는 소식이 들리는 순간이었습니다. 사실 제가 맨 처음에 바랬던 주장 후보는 클리쉬였으나 갈라스 사태가 악화되어 가면서 세스크가 주장이 되어야 한다고 의견을 바꿨거든요. 때문에 벵거의 이 결정에 매우 만족합니다. 세스크가 내츄럴 리더는 아니고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 때문에 매번 이적 시장때마다 골치를 썩고 있지만 현재 우리 스쿼드에서 주장을 맡을 가장 적합한 선수는 바로 세스크입니다.

비록 그의 나이 아직 21살이지만 세스크는 현 스쿼드 중에서 가장 아스날에 오래 있은 선수 중 하나인 동시에 FA컵 결승, 챔스 결승, 칼링컵 결승, 월드컵 무대, 리그 우승 경쟁, 유로 2008 우승 등등 가장 경험이 많은 선수이기도 합니다. 나이는 어리지만 경험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는 얘기죠. 또한 세스크는 어린 나이에 아스날에 와서 비에이라, 앙리, 피레스, 키언 등과 함께 뛰며 '아스날'의 가치가 무엇인지 배우기도 했습니다. 갈라스가 절대 가질 수 없었던 바로 그것이죠, 클럽에 대한 사랑. 그의 실력은 두말할 것이 없으며 어려운 상황에서 다른 동료들을 북돋는 활약을 보여주는 것도 캡틴이 되기 위한 장점입니다. 또한 벵거의 에미레이츠 시대의 상징이자 구심점이기도 하고요. 세스크의 성격이 침착하지 않다는 것은 저도 인정하는 바입니다만 이제 그도 21살이고 앞으로 더 성숙해질 것입니다. 본인도 주장직을 바래 왔고 시켜만 준다면 주장을 할 준비가 되었다고 했으니 이 주장 완장이 세스에게 동기 부여를 해 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요즘의 세스크는 사실 플레이에 맥아리가 없어 보이는 듯한 모습이었거든요.

무엇보다 이번 세스크의 주장 임명이 주는 가장 큰 효과는 선수단과 팬들에게 '사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는 것이겠죠. 우리는 무언가 새로운 변화가 절실히 필요했습니다. 모두에게 새로운 희망을 줄 수 있는 변화가요. 만약 이 상황에서 벵거가 알무니아에게 주장 완장을 맡겼다면 모두가 실망했을 겁니다. 그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쉽고 안전한 선택을 한다면 결국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이죠. 캡틴 세스크가 모험이기는 합니다만 지금 우리는 그런 모험이 필요할 때입니다.

안 그래도 '소년 가장'이라는 별명이 생겨버린 세스크인데 이제는 별명이 아니라 진짜 소년 가장이 되어버렸네요. 그의 어깨에 놓일 부담과 짐은 어마어마할 것입니다. 당장 팀 분위기는 말이 아니며 성적은 나오지 않고 있고 팬들이 본인에게 거는 기대치도 높죠. 무엇보다 주장 완장을 뺏긴 갈라스가 어떻게 다시 팀에 녹아들지는 세스크의 역할도 큽니다. 이 주장직 수행이 전혀 쉽지 않겠죠. 이런 상황에서 완장을 채워주게 된 것이 미안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잘해나갈 거라고 믿어요. 우리 세스, 세주장, 잘해 줄 거라고 믿습니다. 행운을 빕니다, 뉴 캡틴!
"세계에서 가장 큰 클럽 중 하나인 아스날의 주장이 되었다는 것은 내게 크나큰 영광입니다."

"자랑스러운 순간이에요."

"이것이 큰 책임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팀 동료들과 함께, 나는 우리가 스피릿과 열정을 가지고 다시 승리를 거두며 우리의 포텐셜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믿습니다."

Long live the king

그러고보니 아담스가 처음 주장을 맡은 나이도 21살이었고, 세스크도 지금 21살이죠. 아담스가 주장 완장을 찼을 때는 1987년이었고 그 해에 세스가 태어났습니다. 이것은 또 재밌는 우연이네요. 흐흐. 부디 세스가 새로운 Mr. Arsenal이 되어 주길 기대합니다. 아담스 이후 아스날 주장 완장만 차면 결국 30줄 넘어 딴 팀으로 이적해 버리는 일이 줄줄이 이어지고 있는데 세스가 그것을 끊어 버리면 좋겠네요. 사실 내일 디나모 키예프전에 세스가 주장 완장을 차고 제일 앞에서 나오는 모습을 보면 굉장히 감정적이 될 것 같습니다. 아주 어릴 때부터 봐 오던 그 조그마한 재능많던 아이가 이제는 주장이 되어서 팀을 이끌고 있다니. ㅠㅠ 장내 아나운서가 팀 소개를 할 때 제일 먼저 '캡틴, 세스크~' 라고 외치면 가슴이 먹먹해 질 것 같은.. 아아 내일 경기 표 살걸 하고 무지하게 후회중입니다 엉엉엉 ㅠㅠ 캡틴 세스크의 첫 경기를 보지 못하다니. OTLOTL

2. 갈라스 사태

기분 좋은 이야기를 먼저 하고 시궁창으로 넘어와 봅시다.-_- 먼저 갈라스 사태에 대한 제 입장은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팀이 가장 어려울 때 오히려 거기다가 나 혼자 살아 보겠다고 기름을 부어버린 갈라스는 모든 책임을 지고 팀에서 나가야 합니다. 그의 수비수로서의 능력이 어떻든 간에 갈라스는 다시는 아스날 셔츠를 입고 뛰어서는 안 됩니다. 그런데 벵거는 바로 한 경기만에 그를 복귀시키네요. 뭐 사실 맨체스터 시티 원정도 벵거는 갈라스를 포함시키고 싶어했지만 갈라스가 주장직 박탈에 길길이 날뛰어서 무산됐다는 걸 듣고 벵거에게 두손 두발 다 들기는 했지만요.

벵거의 생각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닙니다. 당장 우승 경쟁은 고사하고 4위 수성에 집중해야 하는 우리로서는 한 경기 한 경기가 중요할 때이니까요. 하지만 당장 눈 앞의 한 경기 때문에 클럽의 자존심과 큰 그림을 놓쳐 버리려 하는 것이 전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전의 로그에도 쓰긴 했지만 당장은 수비진이 흔들릴 수도 있겠죠. 하지만 클럽의 가치를 무시해 버리는 실책을 저지른 선수를 리저브에 처박아도 모자랄 마당에 한 경기만에 낼름 다시 불러들인다? 그것도 아직 팀원들에게 사과도 하지 않았는데? 기가 막힙니다. 오늘 기자회견 보니 벵거는 심지어 '갈라스를 존경한다' 라고까지 하더군요. 레전드들 내칠 때 야멸차게 굴던 벵거는 어디로 가고 갈라스에게 존경이니 뭐니 운운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벵거가 언제나 지나치게 독선적인 것을 비판했지만 이번 일이야말로 바로 그런 독선이 필요한 때였는데 왜 정작 필요할 때는 이렇게 과한 관용을 베푸는지 전 모르겠네요. 리더쉽에 대해서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발언까지 곁들여 벵거에게 크게 실망했습니다. 이번 갈라스 사태에 대한 의견은 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지만 제 의견은 이렇습니다.

하지만 뭐 어쩌겠습니까. 이미 벵거는 갈라스를 내일 경기 스쿼드에 포함시켰고 사냐와 뚜레가 부상인 지금 아마 선발로 출전할 것이라고 보입니다. [클리쉬 - 실베 - 갈라스 - 주루] 이렇게 나오게 되겠죠. 그래요, 백번 양보해서 갈라스에게 다시 기회를 준다고 합시다. 하지만 최소한 자숙의 기간이라는 건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이렇게 클럽에 큰 물의를 일으킨 선수를 아무런 뭣도 없이 바로 다음 경기에 출전시킨다니 클럽의 규칙이나 기강은 다 어디로 갔습니까. 당장 우리 팀이 자원만 좋아도 갈라스에게 이렇게 바로 다시 기회를 주는 일은 없었을 거라고 봅니다. 결국 거슬러 올라가면 다 벵거가 판 우물에 벵거 자신이 빠진 거죠. 모두 벵거의 잘못된 판단이 차곡차곡 쌓여 한꺼번에 빵 하고 터진 결과이니 벵거에 대해 연민을 느끼다가도 열이 받고 그러네요.

좌우지간 벵거"또한 나는 그가 팀의 모든 문제를 속으로 삼켰기 때문에 이제 선수로서 더 강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그에게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라고 하면서 갈라스는 잔류할 것임을 확실히 했습니다. 전 절대 동의할 수 없고 갈라스가 피치 위에 있는 모습을 보면 역겨움을 느낄 것 같지만 --아니 그럼 10번이라도 뱉든가-- 벵거가 갈라스를 정말 뛰게 한다면 앞으로는 그가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갈라스가 팀 동료들에게 사과를 할 것인지, 새로운 세스 주장 체제를 고분고분히 받아들일 것인지, 선수들과 융화를 할 수 있을 것인지. 갈라스가 만약 이런 것들에 좋은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면 결국 나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뭐 일단 갈라스가 다시 경기를 뛰게 된다면 최선의 시나리오는 1월 이적시장이 열리기 전에 단물 쪽쪽 빨아먹고 이적시장 열리지마자 왠만큼 돈 받고 팔아버린 다음에 그 돈으로 대체 수비수를 사 오는 것이겠지만요.

3. 디나모 키예프전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고 갈라스가 생 쇼를 해도 다음 경기는 옵니다. 더군다나 일정이 빠듯해서 한 경기 패배 이후 정신을 차릴 틈도 없이 다음 경기가 오네요. 내일 디나모 키예프전을 이기면 챔스 16강 진출을 확정짓게 됩니다. 세스크가 이끄는 팀이 내일 반드시 승리를 해 줘야 제대로 새로운 챕터를 열 수 있습니다. 부디 선수들이 갈라스에 대해서는 영향을 받지 말고 세스크를 도와 내일 홈 팬들 앞에서 승리를 거두어 주길 바랍니다. 벵거가 말한 대로 언제까지나 우리가 절망적인 상황에 있지는 않을 것이지만 다가오는 첼시 원정에 그나마 긍정적인 기대를 가지려면 내일 좋은 결과가 필요합니다. 열심히 뛰어줄 우리 선수들을 기대해 봅니다. 웃으면서 포스팅을 할 수 있는 그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근데 나스리랑 디아비가 부상이라네요. -_- 훈련하다가 부상을 당했다고.. 나스리는 무릎이고 디아비는 배. 제이 심슨과 프란 메리다가 스쿼드에 대신 포함될 것이랍니다. 에부에는 여전히 감감 무소식이고 데발이까지 부상자 명단에 합류했군요. 아아 정말이지.. -_-;;;;;

다음은 현재 부상자 명단: 콜로 뚜레 (장딴지), 테오 월콧 (어깨), 아데바요르 (무릎), 토마스 로시츠키 (햄스트링), 바카리 사냐 (발목), 에부에 (발목), 에두아르도 (발목), 나스리 (무릎), 디아비 (복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