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미레이츠에 있던 그 누구도 잊지 않을 것이다. 대서사시에 가까웠던 리바이벌에서 아스날의 어린 주장이 했던 역할을.
지난밤 보는 사람을 빠져들게 했던 경기가 끝난 후 두 명의 아스날 주장이 박수를 받으며 피치를 떠났다. 하나는 티에리 앙리. 그는 바르셀로나의 유니폼을 입고 북런던으로 돌아왔고 감정적인 기립 박수를 즐기며 피치에 남아 있었다. 다른 하나는 세스크 파브레가스. 그는 다리를 절뚝이며 터널 아래로 걸어 들어갔다. 자신이 이 박진감 넘치던 경기에서 결과를 바꾸어 놓았다는 데에 더 만족했다. 또한 그는 부상 때문에 아스날의 남은 시즌은 물론이고 월드컵에 나가지 못한다는 결과를 받게 될 수도 있다.
전반전이 끝나갈 때쯤 경기는 여전히 0-0이었지만 원정팀은 3골이나 4골차 앞서나갈 수도 있었다. 그때 파브레가스가 세르히로 부스케츠에게 태클을 들어갔다. 길게 뻗쳐 나온 다리로 전 바르셀로나 아카데미 동료인 부스케츠를 걸었다. 그 때문에 그는 카드를 받았고, 2차전 바르셀로나 원정에 뛰지 못하게 되었다. 누캄프의 관중들은 벵거가 빼내가지 않았다면 아마 그들의 영웅 사이에서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던 선수를 보지 못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그 기쁨을 연기하게 되어서 만족할 것이다.
심판이 옐로 카드를 꺼내어 보이자 파브레가스는 무릎을 꿇고 머리를 감싸 쥐었다. 그 순간의 의미를 곧바로 알아챈 것이다. 뒤늦게 피트니스 테스트를 통과하고 고집을 부려서 경기에 뛸 수 있게 되었던 파블가스는 그때까지 경기에서 그다지 활약을 하지 못했다. 바르셀로나의 마법사들은 완벽한 피치 위를 가로지르고 다녔다. 리오넬 메씨와 사비는 찬스를 만들고 또 만들어냈으며,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가 찬스를 많이 날리고 마누엘 알무니아가 계속해서 멋진 선방을 보여준 덕에 0-0을 지켰다.
파브레가스는 실망감으로부터 일어서 다시 싸우러 나갔다. 그리고 경기 마지막에, 11년전에 챔피언스 리그에서 로이 킨이 보여준 것과 비교해 결코 떨어지지 않는 경기를 선보였다. 토리노에서 4월의 어느 날 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주장이었던 그는 경기 초반에 경고를 받아 결승에 뛸 수 없게 되었다. 로이 킨은 3골 중 첫 번째 골을 득점하며 2-0으로 유벤투스에게 뒤처져 있던 것을 따라잡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1,2차전 합산으로 결승에 진출했고 로이 킨은 누 캄프의 스탠드에서 수트를 입고 경기를 지켜보았다.
킨은 팬들이 자신의 이름을 연호하는 것을 들으며 스타디오 델레 알피를 떠났고, 파브레가스는 똑같은 달콤쌉쌀한 감정을 느끼며 경기장을 떠났을 것이다. 그는 동점골을 득점하며 전체적인 경기력을 보았을 때 바르셀로나가 따낼 만 했던 원정 승리를 빼앗았다.
6분이 남았을 때 아스날은 테오 월콧의 페이스를 투입한 후 바르셀로나 수비에 혼란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 때 니클라스 벤트너가 파브레가스가 달려오던 방향을 향해 머리로 공을 보냈고 파브레가스는 근거리에서 발리를 하기 위해 발을 들어올렸다가 카를레스 푸욜에게 다리가 걸렸다. 푸욜은 훌륭한 수비수이지만 상습적으로 적법한 반칙과 그렇지 않은 반칙 사이를 오간다. 페널티와 레드카드 판정은 아스날 서포터들 사이에서 더 큰 열정을 불어 넣었다. 서포터들은 처음 1시간동안 바르샤의 우월함에 절망감을 느꼈고 이브라히모비치의 두 골로 완전히 기가 눌렸으나, 월콧의 골로 다시 살아났다.
어떤 선수들과 감독들은 페널티를 따낸 선수가 페널티를 차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파브레가스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날 밤엔 안된다. 이 상대로는 그러면 안된다. 그 반칙 과정에서 분명히 부상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조심스럽게 페널티를 준비했다. 심판이 사인을 주길 기다렸고, 완벽한 노력으로 낮고 강하게 네트의 왼쪽 아래로 공을 찼다. 빅터 발데스는 방향을 잘못 짐작했으나, 어떤 경우에든 막지 못했을 것이다.
이것이 경기에 미친 효과에 대해서 말하자면, 이건 크리스마스 이틀 후에 파브레가스가 보여준 경기력에 비견될 만 하다. 아스톤 빌라는 무득점으로 비기고 있던 그 경기에서 더 잘하고 있었고 파브레가스가 57분에 교체되어 나왔다. 그는 그 전의 두 경기를 햄스트링 부상으로 뛰지 못했었으나, 혼자서 경기의 흐름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파브레가스는 아스날의 경기에 일관성을 불어넣었으며 2골을 득점해 3-0 승리를 이끌어 냈다.
그는 그날 오후 예방 차원에서 교체되었고 지난 밤에 이미 교체카드를 다 써버리지만 않았더라면 벵거는 파브레가스를 교체했을 것이다. 세 번의 교체 중 두 번은 전반이 끝나기도 전에 부상 때문에 한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그는 파브레가스를 빼 버릴 수도 있었다. ('우리는 10대 10으로 경기할 수도 있었다'고 벵거가 말했다) 22살의 주장이, 그날 밤의 끝장을 보기 위해 피치에 남아 있겠다고 고집을 부리지만 않았더라면.
아스날이 4강에 진출하기는 이제 정말 어려워졌다. 아스날은 로빈 반 페르시, 안드레이 아르샤빈 그리고 윌리엄 갈라스 없이 경기할 것이고 파브레가스도 뛰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이 주장을 대체할 수 있는 아론 람지는 시즌 아웃되었다. 그러나 59,572명의 관중들 중 아무도 아스날이 1시간동안 완전히 밀린 이후 다시 싸우던 그 절박함을 잊지 않을 것이다. 거의 대서사시와도 같았던 리바이벌에서 어린 주장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도 잊지 않을 것이다.
벵거는 경기가 끝난 이후 자신의 팀의 스피릿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때때로 이번 시즌에 널리 퍼진 회의론자들을 놓고 그러한 말을 했다. 그의 팀이 아직 바르셀로나의 현재 레벨에 다다르지는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럴지언정, 지난 밤에 그들은 파브레가스가 함께 자라난 선수들을 상대로 싸우는 권리를 위해 열심히 싸웠다. 그리고 그들은 파브레가스가 보여준 본보기에 고무되어 카탈루냐로 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