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d Old Arsenal
[EPL 14R] 슬픈 날.
Louisie
2008. 11. 23. 10:56

나참 어깨에 힘들 좀 넣어라 이것들아
Barclays Premier League
Man City 3 - 0 Arsenal
Goals: Ireland 45, Robinho 56, Sturridge 90 pen.
Booked: Song Billong.
Att: 44,878
Arsenal: Almunia, Hoyte (Ramsey 60), Djourou, Silvestre, Clichy, Nasri, Denilson, Song Billong, Diaby (Vela 69), Van Persie, Bendtner. / Subs Not Used: Fabianski, Wilshere, Gibbs, Lansbury, Simpson.
Man City 3 - 0 Arsenal
Goals: Ireland 45, Robinho 56, Sturridge 90 pen.
Booked: Song Billong.
Att: 44,878
Arsenal: Almunia, Hoyte (Ramsey 60), Djourou, Silvestre, Clichy, Nasri, Denilson, Song Billong, Diaby (Vela 69), Van Persie, Bendtner. / Subs Not Used: Fabianski, Wilshere, Gibbs, Lansbury, Simpson.
오늘은 슬픈 날입니다. 빌라전에 이어 또다시 처참한 경기력을 보이며 2연패한 것, 아직 12월도 안 됐는데 우승 경쟁 레이스에서 사실상 떨어져 나간 것- 단지 이런 표면적인 것들 때문만은 아닙니다. 며칠 전 터진 갈라스 사태로 갈라스에게서 주장직을 박탈하며 자신의 최대 실수를 인정하는 꼴이 되어버렸던 아슨 벵거가 이번에는 자신이 지난 여름 이적 시장동안 실수를 했으며 뿐만 아니라 현재의 이 팀 전체가 실패라는 것을 만방에 알려 버리게 된 슬픈 날입니다.
이제는 경기력이 무엇에서 밀렸고 어디가 잘못됐다는 것을 분석할 가치조차 못 느끼겠습니다. 우리는 '안 하는'게 아니라 '못 하는' 겁니다. 그냥 단순하게 현재의 우리 팀은 실력이 딸리는 겁니다. 이 스쿼드에 퀄리티는 없는 겁니다. 벵거가 앞으로 또 이 팀에는 퀄리티가 있다 운운하면 그 때야말로 야마가 돌아버릴 것 같네요. 퓨처, 포텐셜, 퀄리티. 이 중에서 이제 우리가 가진 게 뭐가 있습니까? 퓨처? 칼링컵이나 봐야겠군요. 포텐셜? 누가 그런거 중요하게 생각합니까. 퀄리티? 참 퍽도 퀄리티군요.
슬픕니다. 진심으로. 오늘 선발 라인업 중에서는 아스날같은 빅 클럽 (그래요, 빅 클럽이라니까?) 1군에서 레귤러를 차지할 수 없는 수준의 선수들이 부지기수였고 서브는 정말 가관이었습니다. 7명 서브에 1-2명 정도 틴에이저가 있는 거야 당연한 일이라고 보지만 전부 다를 틴에이저로 채우다니. 칼링컵이 주말에도 하는 줄은 몰랐군요. 부상이 있는 걸 감안한다 하더라도 이 서브진은 이해를 해줄 수가 없습니다. 뭐 어디 이 애기들이 잘못이겠냐만은. 니네도 불쌍하다 어린 나이에 이런 험한 꼴을 보다니.
기왕 하는 김에 계속 퀄리티 얘기를 해 보죠. 오늘 11명 모두가 헬이었고 딱히 누구 집을 것도 없지만 특히 벤트너, 쏭, 데닐손, 디아비, 호이트. 이들은 1군에서 주전으로 뛸 '퀄리티'가 부족한 애들입니다. 이 선수들이 잘못했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예를 들어 데닐손이 지금 많이 까이고 있지만 2-3년 정도 키우면서 조금씩 출장 경험을 늘려 가고 제 포지션을 찾아준다면 좋은 선수로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벤트너도 디아비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선수들 다 어리니까요. (비록 벤트너는 제발 입좀 다물어 줬음 하는 자그마한 소망이 있네요. 오늘 하는거 보니까 터치 엉망에 기본기 부족이 눈에 뻔히 보이는데 뭐? 출장 시간을 늘려줘? 에라이 이놈아) 하지만 문제는 벵거가 그렇게 키워야 할 선수들을 냅다 주전으로 기용하고 때로는 제 포지션을 벗어난 곳에다가 마구잡이로 돌리는 데에 있습니다. 벵거가 까임권을 만들어 주는 거죠. 경기를 정말 못 해도 어쩔 수 없이 다음 경기에 또 뜁니다. 왜냐? 내려봤자 그 자리에 올라올 선수는 더 못하기 때문이죠. 이 선수들이 벤치로 가야 합니다. 그리고 벤치에 있는 꼬꼬마들은 리저브로 가야 하고요. 이건 너무 비정상적인 상황입니다. 도대체가 가빈 호이트를 호빙요 전담 마크로 내세우다니 벵거가 무슨 생각을 한 건지 모르겠습니다. 후반전에 아론 람지가 들어오면서 주루가 라이트백으로 가고 쏭이 내려왔는데 처음부터 그렇게 나와야 했습니다. 뭐 그랬다고 많이 달라지진 않았겠지만 그래도 최소한 아롱이 들어오고 나서 전진 패스 제대로 나오는 건 본 것 같네요.
그냥 'lack of quality' 입니다. 이 팀은 그냥 못하는 겁니다. 못 하는 거에요. 못 . 하는. 거. MOTD에서 오늘 맨시티와 우리 팀의 경기 내내 실수 모음집을 하이라이트로 보여줬는데 참 쩔더군요. 저게 어디를 봐서 톱 팀의 퍼포먼스인지. 그냥 11명 전부 아무 생각 없이 경기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머리를 안 써요 머리를. 아마 지금쯤 가장 열받는 건 퍼기를 비롯한 맨유일 겁니다. 어쩌다 이런 팀한테 진 거지? 그래요 저도 묻고 싶군요. 어쩌다 우리가 이긴거지가 아니고 어쩌다 맨유 니네 졌냐?
정말 슬픕니다. 갈라스 사태로 엉망이 된 팀 분위기를 수습하려면 오늘 승리가 정말 필요했습니다. 우리는 프로이며 이런 것에 상관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것을 선수들이 피치 위에서 몸으로 보여줘야 했습니다. 갈라스 따위 그냥 무시해 주겠다는 걸 보여줘야 했습니다. 근데 그러지 못했네요. 점입가경이라고 상황은 점점 더 악화되어가고만 있습니다. 손 대기 어려울 지경까지.
벵거가 지금쯤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가 제일 궁금하군요. 오늘 경기 리액션은 대충 보시면 아시겠지만 원래 벵거는 자기 팀 비판 안 합니다. 그러니 리액션에 대해서 가타부타 하는 건 의미 없다고 보이네요. 좌우지간 벵거의 팀은 실패입니다. 여기에다가 세스크가 돌아오면 뭐 또 어찌어찌 돌아가긴 하겠지만 벵거는 불과 4년밖에 되지 않은 무패우승 스쿼드를 완전히 다 말아 먹었습니다. 그때는 우리 선수들이 경기 시작 전 터널에 서 있을 때부터도 상대팀 선수들이 쫄았으나 이제는 시드웰 같은 선수들이 아스날 정도 두렵지 않다 운운하죠. 더 슬픈 일은 그게 사실이라는 겁니다. 제가 다른 팀 선수라도 아스날 우습게 보겠습니다. 기복 있지, 좀 걷어차면 깨갱하지, 이 악물고 덤벼드는 애도 없지, 나보다 못한 애들도 아스날에서 주전하고 있지. 뭐 어디 겁이 나겠습니까?
방법이 없습니다 그냥. 벵거가 실수를 깨끗이 인정하고 겨울 이적 시장에서 단단히 돈 풀어야 합니다. 그 수밖에는 없어요. 영입이 언제나 답이 아니라는 그런 교과서에나 나오는 말 더 이상 들어줄 수 없어요. 영입 할거라고 인터뷰에서 광고 때리지 않아도 되니까 제발 1월 1일 땡 하는 즉시 선수 영입 해야 합니다. 어느 포지션을 보강해야 하는지는 이제 3살짜리 꼬마 구너도 알 테니 더 이상 말하고 싶지도 않고...
벵거의 '이상'은 실패했습니다. 아스날의 축구는 더 이상 이기지도 못할 뿐 아니라 아름답지도 않습니다. 아름다우려면 충분히 좋은 재료들이 있어야 하는데 그 재료들이 좋지 못하니 어이합니까. 대체 이를 어찌할까요.
아직 시즌 1/3밖에 치르지 않았다는 것이 기가 막히군요. 심적으로는 벌써 리그 2/3은 온 것 같은데. 한 주 한 주 고통은 늘어만 갑니다. 누가 그랬습니까? 축구가 엔터테인먼트라고. 축구는 고통입니다. Entertainment가 아니라 Pain 이란 말이죠...
아참, 알무니아 주장 완장 제발. 제발. 실력도 안되는 애가 주장 완장을 차고 있다니 오 마이 아이즈.
업데이트>> 너나할것 없이 막장이었던 어제 경기에서 그래도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준 것은 우리 원정 팬들이었습니다. 어제 경기 막판 20분동안 우리 서포터들이 'We are the Arsenal greatest, Oh Arsenal we love you!'를 목청 높여 부르는 것이 들리는데 정말 존경심이 들더군요. (링크한 유튜브 영상이 어제 우리 원정팬들 모습입니다.) 팀이 이렇게 막장인데도 여전히 팬들이 뒤에 있으니 힘들 내라는 메세지를 보내는 구너들. 이런 팬들을 봐서라도 우리 선수들은 포기하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 모두 마찬가지잖아요. 팀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해서 서포팅을 포기할 우리가 아니잖아요. 언제까지나 조건 없는 응원을 보낼 수는 없겠지만 지금은 선수들에게 그런 응원을 보내줘야 할 때입니다. 자신감을 잃고 리더까지 없는 지금 팬들마저 등을 돌릴 수는 없으니까요. 다 팔자 아니겠습니까 이게. 전 지금 디나모 키예프전 표를 사지 않은 것을 후회하고 있습니다. 당장 다음주에 스피킹 테스트가 있어서 공부한다고 경기 표를 안 샀는데, 우리 선수들이 보고 싶어요. 이렇게 팀이 막장이니 오히려 더 에미레이츠에 가고 싶습니다. 오히려 더 우리 선수들이 보고 싶습니다. 제발 힘들 내고 포기하지 마라, 거너스.
업데이트2>> 스카이스포츠가 이해한 바에 따르면 어제(일요일) 우리 선수들이 런던 콜니에서 훈련을 했는데 갈라스도 그 중 하나였다고 합니다. 또한 심지어 화요일 디나모 키예프전에 뛰게 하는 것을 '고려 중'이라고. 물론 주장은 아니고요. 헐, 사실이라면 정말 쇼킹한데요. 개인적으로 당장 갈라스 없어서 수비가 흔들린다 해도 절대 다시 아스날 셔츠를 입고 뛰게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당장은 힘들 수 있겠죠. 하지만 큰 그림을 봐야 하는거 아니냐구요. 이제 새 출발(그게 좋든 안 좋든) 하려고 하고 있는데, 큰 결단 내린 벵거가 다시 갈라스한테 돌아와 주셈 하는 건 스스로를 물로 만드는 것밖에 되지 않습니다. 때때로 벵거가 지나치게 독선적이 되는 것을 비판했지만 갈라스 건에 대해서만큼은 독선과 아집(?)을 보여줘야 한다고 봅니다. 이렇게 팀에 물의를 일으킨 선수를 리저브에 처박는 건 고사하고 바로 스쿼드로 돌려놓는다니 어이가 없네요. 갈라스는 희생되어야만 합니다. 아무리 동료들한테 사과 한다 해도 안 됩니다.
덧. 타팀 경기 결과 - 길게 붙이고 싶지는 않고 나머지 빅4 팀 모두 0-0. 아스톤 빌라 우리와 1점차로 4위. 자 이제 우리의 적은 빌라다! 끼얏호! 근데 베리 참 잘하더군요 ㅇ아오오오아앙ㅂ (정줄 놨네)
덧 2. 이 블로그에 타팀 팬분들도 찾아 주시고 있기 때문에 덧붙입니다. 정중하게 부탁드리는 바입니다만, 타팀 팬분들이 아스날이 무엇이 잘못되었다고 말씀하시는 식의 댓글은 사양하겠습니다. 까도 제가 깝니다. 저도 벵거 참 밉습니다만 그래도 타팀 팬이 제 앞에서 벵거 까기 시작하면 피가 거꾸로 솟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