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상 외의 경기가 나올 거라고는 예상했지만, 모두들 한치앞도 내다보지 못할 승부라고들 했지만 이런 결과가 나올 줄은 아무도, 심지어 맨유 팬들도 몰랐겠지. 챔스 준결승전을 에미레이츠에서 맨유에게 1-3패배, agg 1-4 패배로 챔피언스 리그 탈락. 그냥 참사다. 패배도 열심히 하고 당했을 때 값지고 배울 것이 있는 법. 이런 패배에서 도대체 뭘 배울 수 있단 말인가? 아무것도 해보지 못하고, 하려는 의지도 없고, 리드하고 있는 상대편보다 더 뛰려는 의지도 열정도 보이지 않는 팀에게 무엇을 기대할 수 있단 말인가?
애들이라서? 애들이라서 면죄부를 줄 수는 없다. 로날도나 루니 이런 애들이 우리팀 선수들하고 나이차이가 나면 얼마나 난다고? 게다가, 전에 벵거는 그랬다. 이들은 어리지만 많은 경험을 갖고 있다- 그럼 이중 잣대를 들이밀면 안되지. 이럴 땐 애들이라서 되고 저럴 땐 애들이라서 안되고. 11분만에 두 골이나 얹어맞은 선수들을 잡아줄 수 있는 정신적 지주는 아무도 없었고, 팀의 주장도, 고참들도, 모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이게 우리 팀의 현실. 챔스 준결승 진출팀 네 팀 중 가장 평균연령이 어린 게 자랑인가? 벵거가 하고자 하는 리빌딩은 이런 것이었나?
서포터들은 시즌 동안 정말 많이 고생했고, 이정도까지 버티고 와준 것만 해도 선수들한테 수고했다고 해줄 수 있었다. 설령 오늘 탈락한다고 할지라도. 여기까지 와서 다행이라고. 챔스 4강, FA컵 4강, 리그 4위.. 이정도라도 좋다고. 그러나 그건 언제까지나 '열심히 하고' 탈락했을 때의 이야기다. 이렇게 무력하고, 치욕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탈락하면 팬들은 대체 어쩌란 말인지. 팀에 대한 자랑스러움조차 한 치도 느끼지 못한다면 내가 너희를 응원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말해 봐라.
지금은 더 이상의 경기에 대한 말은 하고싶지 않고, 몇몇 선수들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오늘 경기에서 패배하면 여름에 팀을 떠날지도 모르는 네 후보: 엠마누엘 아데바요르, 로빈 반 페르시, 테오 월콧 그리고 캡틴 세스크 파브레가스- 한번만 더 니네들 입에서 재계약이 어쩌고, 주급이 어쩌고, 무관이 어쩌고 하는 말 나오면, 더 이상 봐주지 않을거다. 특히 아데바요르.. 그딴 식으로 경기하고도 참 주급 올려달라, 밀란이 좋네 하는 말이 나오지? 어? 1년 반짝 활약하고 재계약 시기도 아닌데 주급 올리려고 재계약 냉큼 하고서 이적소동 한 번 겪고 나니 아주 네가 세계 최고의 스트라이커지? 오늘 너 참 기어다니더라. 공 잡고 아무것도 못하고 투지도 안보이더라. 벤트너보다도 못하더라. 네가 한 말들을 생각해보면 네가 그럴 수는 없는거다. 로빈, 테오, 세스 너희들도 무관이 어쩌고 하기 전에 먼저 팀에 뭘 했는지부터 좀 생각해봐.(세스한테는 한편으로 내가 미안하기도 하지만;;) 특히 테오 네가 무관 어쩌고 할 자격은 전혀 없는 것 같구나.
이 경기는 몇몇 평론가들이 말했던 것처럼 아스날의 미래를 결정할지도 모를 경기였다.
그런데 이렇게 시망해 버리다니.
너무너무 허망하고 실망스럽다.
R.I.P.
(+) 추가. 우리 깁스 아가...
"키에란은 너무나도 불운했어요. 그는 하프타임에 정말 넋이 나가 있었고, 그것은 날 굉장히 슬프게 했습니다. 왜냐하면 그는 19살이고, 그건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from 세스크)누나 마음이 찢어진다 깁스야 ㅠㅠ... 클리쉬 아웃 이후에 솔직히 기대 이상으로 잘해 줬고, 경험 미숙을 언제나 파이팅 넘치는 플레이로 메워오고 있었는데 이런 일이 터지다니, 진짜 하늘도 무심하시지T_T 아직 십대인 아가가 얼마나 충격과 공포를 겪었을지 내가 다 떨린다. 깁스가 그래도 강해 보이니까 이겨낼 거라고 믿고, 형들이 잘 보듬어 주기만을 바랄 뿐. 앞으로 깁스가 미끄러지던 장면은 박군의 골과 함께 한국에서는 두고두고 떡밥이 될 것 같은데 (이스픈 그만 좀 보여주지?) 몇 년 후에 슈퍼 클라스 선수가 되어서 멋지게 복수하자. 우리 깁스 힘내라!! 담금질 일찍 당했다고 생각하고 이겨내야 한다며.
"키에란은 하프 타임에 실망해 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와 이야기를 했고, 감독님도 그랬습니다. 이제는 좀 나아졌어요." (from 뚜레)

비야레알전 후 한창 인빈시블을 보고 자라난 아카데미 출신 선수로서 쪼르르 달타냥한테 달려가 유니폼 교환한 아가거늘!!!!
깁스야 ㅠㅠㅠㅠㅠㅠㅠㅠ 엉엉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래도 어찌 생각하면 형들이 이렇게 잘 위로해 줘서 다행..-_-;; 버밍엄전에서 클리쉬가 갈라스한테 윽박지름 당했던 것처럼 형들이 그랬다 생각하면-_-;; 골 먹힌 후 멍때리고 있는 깁스 곁에 가서 토닥여 주던 로빈만 생각하면.. 어휴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