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d Old Arsenal

[EPL 19R] 뽀록은 뽀록나게 마련.

Louisie 2008. 12. 27. 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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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만 해도 기적이 일어나는 줄 -_-

Barclays Premier League
Aston Villa 2 - 2 Arsenal

Goals: Barry 65 pen, Knight 90. Denilson 40, Diaby 49.
Booked: Agbonlahor, Reo-Coker, Petrov, Barry. Song Billong, Toure, Diaby, Van Persie.
Att: 42,585

Arsenal: Almunia, Sagna, Eboue, Toure, Silvestre, Song Billong (Ramsey 43), Denilson, Nasri (Clichy 82), Diaby, Gallas, Van Persie. / Subs Not Used: Fabianski, Vela, Wilshere, Bendtner.


90분 추가시간에 나이트에게 동점골을 허용한 이후에는 이게 뭐냐며 온갖 승질을 다 부렸지만 휘슬 불리고 나서 가만히 생각해 보니 비긴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오늘 우리가 선제골을 넣고 추가골까지 넣어서 2-0으로 앞서나간 것은 순전히 뽀록이었습니다. 경기 전체를 통틀어 봐도 아스톤 빌라는 우리를 능가하게 잘 했고 특히 전반은 빌라한테 신나게 얹어맞은 기억밖에 안 나거든요. 오히려 전 빌라가 언제 골을 넣을지 그것만 기다리며 (-_-) 봤는데 빌라가 힛더바만 2번 이상 하는 등 너무 운이 없어서 같이 보던 지인분께 '오늘 빌라 무지 운이 없네. 이러다 우리가 뽀록으로 골 넣고 이기는거 아녀 ㅋㅋ' 했는데 정말로 데닐손이 뽀록으로 골을 넣더군요-_-; 근데 거기다가 후반 시작한지 얼마 안 되어서는 디아비까지.. 저놈들 뭐냐고 욕하던 애들이 골을 넣어주니 완전 벙 쪘습니다. '온타겟 2에 골2야.. 경기 잘한거 하나도 없는데 이기고 있어, 이런 날도 있는 건가' 하고 어이는 없지만 어떻게든 이기면 장땡이니 좋아하고 있었는데, 역시나 뽀록은 뽀록나게 되어 있는 법입니다.

이건 북런던 더비때 4-2로 앞서 나가고 있다가 막판 6분동안 두 골 먹히고 4-4로 비긴 것과는 다른 종류의 얘기에요. 그때는 집중력 부족으로 설명이 됐다고는 하지만 이번 것은 순전히 실력이 딸려서 비긴 겁니다. 실력이 모자라서 빌라를 이기지 못한 겁니다. 우리가 빌라보다 못했기 때문에 그들한테 이번 시즌에 한 번도 이겨보지 못한 겁니다. 구너로서 이런 말 하기는 정말 싫지만 솔직히 말해서 빌라가 오늘 포인트 따 가지 못했으면 이상했을 겁니다. 빌라 팬들은 당연히 이길 경기를 우린 너무 운이 없었고 아스날은 너무 운이 좋았다고 하더군요. 맞습니다. 뽀록은 우리였죠. 빌라는 진짜 실력으로 승부했고 우리는 뽀록으로 승부했는데 결국 이기는 건 진짜 실력이지 뽀록이 아니니까요. 그래도 뽀록으로라도 이기고 싶었는데 아.. -_-

이번 시즌 내내 세스가 없던 경기는 언제나 막장으로 치닫았었는데 (대표적으로 맨시티전) 오늘도 별반 다르지 않더군요. 이런 저질 중미 같으니. 오늘 포메이션이 어땠는지 얘기하기도 싫고... 속 다 비우고 봐서 그나마 가장 잘하는게 데닐손이었지 5명 모두 아주 저질이었습니다. 패스, 공격, 수비. 이 중에서 제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더군요. 데닐손이랑 디아비가 어째 둘 다 골은 넣었으나 데닐손은 기대치를 한참 낮춰서 잘한 거고 디아비는 오늘도 주먹을 부르는 플레이. 골 장면은 멋졌으나 그거 빼고는 오늘도 충격과 공포의 패스웍을 보여주더군요. 전 이제 디아비한테 공이 가면 겁이 나지 말입니다. 나스리는 오늘 사이드에서 털렸고 체력도 부족했으며 NRC한테 피지컬 싸움에서 K.O. 리오코커가 툭 치니 쭉 밀려나는 슬희를 보면서 눈물이..ㅠㅠ 상황이 이런데 빌라의 잉글리쉬 미드필더 [영 - 베리 - 페트로프 - 시드웰 - NRC]한테 게임이 되겠나요. 다른 건 몰라도 미드필드는 정말 빌라한테 완전히 밀립니다. 어쩌면 스날 유니폼을 입고 뛸 수도 있었던 두 명이 저쪽에서 우리를 상대로-_-;;;; 언제나 비드를 '고려'만 해 보는 벵거 땜에 내가 미치지 미쳐...

중원 상황이 이런데 어디 공격진이 제 힘을 발휘 하겠나요-_- 그나마 데발이라도 있으면 좀 더 원활하게 공이 돌아갈 수 있을 텐데 이건 뭐 데발이도 없으니 볼 배급이 차마 눈 뜨고 못 봐줄 지경. 오늘 뒤에서 찔러서 로빈이 받은 공은 한 두 세번밖에 안 되는 것 같습니다. 하다못해 로빈이 미들까지 내려와 공 주고 다시 올라가 봐도 패스받은 놈들이 다시 패스를 병맛으러 줘.. -_- 로빈도 원톱 성향의 선수는 저어어어얼 대 아니기 때문에 (로빈 원톱 보느니 차라리 레프트윙을 보겠습니다) 짝꿍인 데발이도 없는 상태에서 뭘 어쩌겠습니까. 로빈 오늘 그냥저냥 그런 플레이였지만 데발이가 있었으면 더 나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드네요. 빌라가 에버튼전에서 막판 94분에 골을 넣으면서 역전한 적도 있는데, 벵거가 차라리 벨라나 벤트너는 투입하면서 투톱체제로 가서 추가골을 노리는게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듭니다. 나스리 <-> 클리쉬라니 이건 또 어디서 나온 교체인지-_-;;

수비는 그나마 오늘 가장 credit을 돌려야 합니다. 알무니아는 욕을 먹고 있지만 못하진 않았다 봅니다. (그한테 가지는 기대치에 비해선 말이죠...) 갈라스는 페널티 내준 거 개뻘짓이었지만 그거 빼고는 대부분 괜찮았고요. 근데 갈라스 이제 지난번 버밍엄전때 클리쉬가 어떤 기분 느꼈을지 잘 알겠지? 이번에 당신한테 소리지른 사람 아무도 없거든여. 뚜레는 뭐 그냥 할 말이 없네요-_-; 부상 복귀해서 첫 경기인데 차라리 벵거 요새 잘 나가는 주루를 쓰지.. 아 주루 부상이라 그랬던가요. 아무튼 뚜레 정말 폼이 많이 떨어졌습니다. 예전의 그 피콜로뚜레로 돌아와 주길 바라는데 이것도 다 벵거의 혹사가 원인인거 같으니 마음이 답답하네요. 그나마 오늘 은별이와 사냐는 잘했습니다. 특히 사냐신!!!!!! 오오 경배하라 사냐신 오오 ㅠㅠㅠㅠ 오바하는 스카이스포츠 평점에서 무려 10점을 받으며 '앱솔루틀리 판타스틱'이란 평을 들었네요. 오늘 MOM입니다.. 그나마 사냐 아니었음 우리 오늘 몇 골 더 먹히고 나가리 됐을 겁니다. 특히 애쉴리 영의 달리기를 기막힌 타이밍에서 끊은 거랑 골라인 바로 앞에서 클리어링한거. 하앜하앜 ㅠㅠ 지난 시즌 쩔었던 사냐가 돌아왔다!! 사냐 사랑해 ㅠㅠㅠㅠㅠㅠ 오늘 그나마 사냐 보며 웃습니다.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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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이후 양팀 감독의 상반되는 반응

아무튼 정말 골치 아픈 나날들입니다. 복싱데이가 지났고 리그가 절반이 지났는데도 4위 안에 드는 데 실패했군요. 1위인 리버풀과 10점 차이이고 바로 위의 빌라와는 3점 차이로 5위. 이제 정말 위기감을 느껴야 할 때입니다. 이제까지 다른 빅4들이 같이 승점 드롭해 주면서 어떻게 리그 타이틀 경쟁에 매달려 있었는데 이젠 현실적으로 목표를 수정해야 할 때가 됐네요. 우리의 라이벌은 리버풀, 첼시, 맨유가 아니라 빌라와 에버튼입니다. (에버튼 또한 3점 차로 6위.) 리그 우승을 위해서 보강을 하는게 아니라 4위 수성을 위해서 보강을 해야 합니다. 벵거는 여전히 영입을 할 수도 있지만 안 할 수도 있어, 우리에게는 내부적인 해결방법이 있거든, 우린 잘 할 수 있을거야 이러고 있는데 제발 꿈을 깹시다. 선수 하나 사는게 그렇게 어렵습니까? 자존심 한 번 굽히는 게 그렇게 어렵습니까?

누누히 말하지만 우리 스쿼드에 괜찮은 포텐셜을 지닌 선수는 많습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 아스날 1군 주전 레벨에 뛸 선수는 세스크, 데발이, 로빈, 클리쉬, 사냐, 갈라스밖에 안 됩니다. 좋게 쳐서 나스리도 끼어 주고 싶지만 여전히 적응기가 있으니... 평균 21살의 어린 선수들을 매 경기 이렇게 두들겨 맞게 하면서 믿어주는 것은 어린 선수들도 망치는 짓이고 아스날 풋볼 클럽에도 악영향을 미칠 뿐입니다. 벵거는 유연해져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갈대가 너무 꼿꼿하면 부러지는 법입니다. 누가 벵거의 이상대로 우승하기 싫다고 했습니까? 어릴 때부터 같이 자라난 어린 선수들로 뷰티풀한 축구를 보이며 우승을 하는 벵거의 꿈이 이뤄진다면 가장 기뻐할 사람들은 서포터들입니다. 벵거의 그 이상이 이뤄지는 것을 보고 싶다구요. 하지만 그것은 실패입니다. 그런 이상 실현하며 우승하고 싶으면 에레디비지나 좀 더 하위 리그에서 해야지 프리미어리그는 이미 그런 꿈이 이뤄지기에는 너무 큰 곳이 되어 버렸습니다. 벵거는 자신의 원대한 실험이 실패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돈을 들여서 선수들을 영입해야 합니다. 아직도 벵거는 자존심을 굽히고 싶어하지 않는 모양인데, 만약 이번 겨울 이적 시장때 벵거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면 전 'Arsene FC'에 대해서는 희망을 버릴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벵거가 가장 믿고 있는 선수들인 세스크, 로빈, 테오도 그 희망을 버릴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제발, 정신을 차립시다.
유에파컵 가도 죽는 건 아니라는 말 따위 하지 말고.


+ 타 팀 경기 결과 생략.

++ 그건 그렇고 저 이제 돌아갑니다 한국으로. 영국에서 쓰는 마지막 포스팅이에요. 여기 시각으로 27일 밤 9시에 비행기 타서 한국 시각으로 28일 오후 4시경에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합니다. 9개월간의 영국 생활+현지 아덕후 생활도 이렇게 바이바이 ㅠㅠ 한국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하니 시원섭섭하네요. 홀홀단신 타지 생활을 마치고 고국으로 돌아간다는 게 시원하고, 정들었던 런던과 무엇보다도 아스날을 두고 떠나야 한다는 사실이 섭섭하고.. 언젠가 다시 돌아올 날이 있겠죠.: ) 그럼 한국 가서 뵙겠습니다!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할 것은 삼겹살 먹으러 가기-_- 그리고 나서는 밤에 포츠머스전을 봐야죠.. 어허허허허햡쟈ㅐㅓㅇㅈ뱌ㅓㅐ잽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