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eja vu?
바야흐로 23년이 지났고 (내 나이만큼이네?) 그때의 첼시와 그때의 아스날은 지금과는 현격히 다르지만 SB 원정이 아니 첼시를 만난다는게 늘 우울하다는 것만큼은 같은 것 같군요. 첼시가 우리의 승점 자판기이던 시절이 있긴 했지만. 이젠 드록신이 암약하게 내버려 두며 그가 득점왕 경쟁에 뛰어들게 만들어줄 뿐입니다.
매 시즌 체념하게 되는 때가 한번씩 찾아옵니다. 지난해에는 그게 아스톤 빌라 홈경기 패배(2-0 패)였는데 올해는 이 경기로군요. 우승에 대한 욕심도, 올해 남은 시즌에 대한 욕심도 없고 지금은 아무 생각도 안 듭니다. 이게 바로 체념이라는 거군요. 지금은 그냥, 4연전 시작하기 전에 걸었던 희망의 포부가 산산조각났고 이 팀이 결국 여기까지가 한계라는 생각이 전부입니다.
어쩌면 아직 우승에 대한 준비가 안 된 팀에게 우승 희망을 건 팬들이 잘못했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 제가 팀에게 느끼는 기분을 딱 말해주는 혼비의 문장이 있네요.
"팀이 나의 일부이듯이 나도 팀의 일부이다. 팀이 나를 이용해 먹고, 내 의견을 무시하며, 나를 종종 싸구려 취급하는 것을 잘 알고 하는 말이니... (중략) 나도 그들만큼이나 열심히 싸웠다. 나와 그들 사이의 유일한 차이점은, 내가 그들보다 더 많은 시간과 더 많은 햇수를 투자했으며, 그래서 그날 오후의 의미를 더 잘 이해했고, 지금까지도 그날을 떠올릴 때마다 햇살 가득한 화창한 날씨를 더 달콤하게 기억한다는 것이다." (피버 피치, 285-286)이건 그 반대에도 해당되는 말이죠. 먼 훗날 드록바한테 털리던 그 날을 알무니아가 저보다 더 슬프게 기억할 것 같지는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