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d Old Arsenal

세스크, 마이 훼이보릿

Louisie 2006. 8. 18. 01:11
"It’s always been my game, passing, I’ve always wanted to play for the team. If I can do something for myself, it’s great, but the first thing is the team. It’s normal young players often want to demonstrate their presence, by beating players or scoring goals, but I love to make the last pass.
패스는 언제나 내 경기 방식이었고, 난 언제나 팀을 위해서 플레이해 왔다. 나 자신 스스로가 무언가를 할 수 있다면, 대단할 것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팀이다. 보통의 어린 선수들은 때때로 상대방을 제치거나 득점을 하는 것으로 자신의 존재를 내세우고자 하는 경우가 있지만, 난 마지막 패스를 만드는 것을 가장 좋아한다.
- May 8, 2005

세스크가 한 말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
처음에 이걸 보고는 "이거 정말 얘가 한 거 맞어?" 라고 생각했을 정도다. 이런 말이 열여덟살에게서 나왔다고는 믿기 힘들었으니까. 5월 8일이면 막 열여덟살이 된 후. 아직도 이땐 많이 어렸을텐데.

내가 이 녀석을 좋아하게 된 최초의 원인은, 우습게도 스페인이 월드컵 16강전에서 프랑스에게 패하고서 울던 모습이다.^^;(스페인의 월드컵 항해가 다 끝나고 나서야 세스크를 만나다니, 나도 참 불쌍하다 ㅠ.ㅠ) 하지만 그 후로 '아이고 이쁜이 세순아~' 모드가 이어지게 된 여러가지 이유 중 최상위권에 위치한 것이, 바로 이 열아홉살난 녀석의 열아홉살답지 않은 마음가짐과 생각, 그리고 개념탑재다.

세스크는 사실 커리어가 엄청 화려하다. 바르샤 유망주였고, U-17 월드컵때 스페인 청대를 준우승으로 이끌었으며, 득점왕과 골든볼을 차지했다. 16살에 아스날로 왔고, 아스날 역사상 가장 어린 나이에 골을 넣은 선수가 되었다. 그리고 U-21 월드컵에도 출전했으며, 19살에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을 경험했다. (8강 유벤투스전에서 1골 1어시로 평점 10점을 찍었다) 그리고 마침내 2006년 스페인 대표팀 엔트리에 포함되어 독일 월드컵 무대를 밟았다. 스페인의 후덜덜한 미들진 속에서 그들이 치룬 4경기 모두에 출전했으며, 그 중에 두 경기는 선발출전이었고(사우디, 프랑스전) 또 하나는 풀타임을 소화했다(프랑스전). 그리고 어시스트도 하나 기록했으며, 튀니지전에서 특히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렇게 써놓고 나니까 정말 커리어가 화려하군-_-;
어린 나이에 이렇게 성공을 거두고 나서는, 자아도취에 흠뻑 빠져 일찍 선수생활을 마감하고 끝날 사람도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채 스물도 되지 않은 나이에 자신의 모든 기량을 다 보여주고는 그 후로 발전을 이루지 못하고 스무살 이전이 축구인생의 황금기, 전성기가 되어버려 그 후로는 소리없이 사라지는 선수도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세스크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다. 오히려 그렇지 않을 정도가 아니라 분명해 대성할 것이다. 얘는 그런 마음가짐, 그런 정신상태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말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완벽하게 알고 있고, 그 또래에게 있는 골에 대한 어리숙한 욕심이라는 것도 없다. 자신감은 있지만, 자만감은 없다. 자신을 추스리고 계속 노력하지만, 결코 움츠러들진 않는다. 자신의 페이스를 알고 있고, 그것을 밀어나가며, 또 그만큼 열심히 노력한다. 이것이 내가 세스크를 이렇게나 이뻐하는 진정한 이유다.

열아홉살의 스페인 소년이 이제 막 성인이 되려고 하고 있는 단계에서 난 처음 그의 시즌을 내 눈으로 지켜보게 되었다. 지난 시즌 못지 않게 이번에도 잘 해주리란 것을, 또 한 단계 성장하리라는 것을, 그래서 널 이렇게나 이뻐하는 것에 보답해줄 것을(웃음) 믿어 의심치 않는다.
화이팅, 세스크!

하지만 역시 소년이 어른이 되어가는 것에 대한 섭섭함은 어쩔 수가 없다 ㅠ.ㅠ
가장 큰 변화가 몸집인데(...) 짤방 사진만 봐도 애가 완전 말라서는;; 근데 지금은 키도 많이 크고 몸집도 더 좋아졌고...아아 섭섭하구나 ;ㅁ;

보너스로 오랜만에 세순이 사진들=ㅅ=


+ 예전에 이글루스에 올렸던 잡글을 좀더 보정해서 올립니다.
이런 닭살스런 글은 새벽에밖에 못쓰지요. 아암.-┏ 아침에 일어나서 보면 초 북흐러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