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에 대해서 말하기에 앞서, TV를 켜고 나서 한 5분쯤 있다가 약간의 충격을 좀 받았습니다.
그것은 바로 이 짤방이 말해주고 있듯이, 하그리브스의 7번.
벡스가 대표팀 소집에서 제외된 것도 약간의 충격이었는데 --후보선수로 뽑히지도 않고 아예 명단 제외였으니까요 -- 그가 항상 달던 7번을 하그리브스가 달고 있는 것을 보니 잠시동안 좀 얼떨떨했습니다. 물론 국가대표팀의 번호는 영구적인 것이 아니니까 계속 바뀔 수 있는 것이지만, 그래도 저한테 있어서 잉글랜드의 7번은 베컴이라는 인식이 너무 깊게 박혀 있어서 말이죠. 어제는 뭐랄까, '베컴이 없는 잉글랜드'가 실감이 났다고나 할까요. 그가 정말 축구를 잘했든 못했든, 축구선수이든 유명인이든, 이 아자씨가 잉글랜드 국대에서 차지하고 있던 자리가 얼마나 큰지 느낄 수 있었어요.
비록 베컴이 달던 번호를 하그리브스가 달고, 베컴이 있던 오른쪽 사이드 미들에 제라드가 있었다는 것이 경기내용에 더 도움을 줬다는 것이 사실일지라도 말이죠. 이 아자씨가 없고 다우닝, 하그리브스, 람파드, 제라드로 꾸려진 미들진이 월드컵 때보다는 답답함이 덜했으니-_-;;
아무튼 어제 경기는 참 오묘한 기분이 많이 들었습니다.
(어찌됐든 잉글랜드의 마스코트격인)베컴이 없고, 이 아자씨가 주장이 아니고, 하그리브스가 7번을 달고, 하그리브스는 맨유로의 이적건이 오가는 와중에 올드 트래포드에서 경기를 하고, 버로우타거나 클로킹 모드로 돌변하는 애 없이 선수 모두가 제각각의 역할을 잘 했고, 캐쉴리콜을 보고 있으니 또 오묘하고, 여러가지로 참 오묘했어요.
하지만 경기 자체는 괜찮았습니다. 그리스가 좀 심하게 삽을 푸긴 했지만 --후반전엔 그래도 좀 낫더라고요. 전반전엔 어찌나 자동문들인지-_-; 선수들을 왜그리 많이 놓치는 것이냐?-- 잉글랜드도 그리스가 못해서 이긴 건 아니라고 생각될 만큼 괜찮은 모습이었습니다. 람잔디와 스뎅의 공생도 예전보단 괜찮아졌고 말이죠‥ 스뎅이 오른쪽을 소화할 수 있으니 이쪽으로 간거지만, 역시 람잔디한테 주인공을 뺏겼다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네요-_-;;

"우리는 잉글랜드입니다." =_=
England Friendly Match
England 4 - 0 Greece
John Terry 14
Frank Lampard 30
Peter Crouch 35
Peter Crouch 42

John Terry 14
Frank Lampard 30
Peter Crouch 35
Peter Crouch 42
경기결과는 4-0으로 잉글의 대승.
전 새벽 4시에 홍알홍알거리며 경기를 보다가 결국 78분에 제라드가 교체되어 나갈 때 잤습니다;; 그 후에는 골이 터지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아침에 스코어 확인해보니 정말 그렇네요.
람파드가 넣을 때까지만 해도 'ㅅㅂ 첼시가 다 해먹는구나' 이런 생각을 했는데(국대에까지 이런 생각을 끌고 오면 안되는데 ㅠ.ㅠ 결국은 이리 되고 마네요.;;) 크라우치가 두 골을 넣어줘서 +_+ 이런 표정이 됐습니다. 그 중에 한 골은 람파드의 골을 가로채서 기분 더 좋..<-퍽퍽
테리의 주장 완장을 보는 건 좀 괴로웠...주장포스가 안느껴져!!!!
예전에 베컴이 주장 완장을 차고 있을땐 저절로 '오오오 캡틴님하 s(  ̄∇ ̄)/' 이런 느낌이 들었는데 테리한테서는 그런게 안느껴지네요.=ㅅ=;; 제가 첼시를 안 좋아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베컴이 없으니 택배가 잘 안보이고, 프리킥과 코너킥 등 전담 키커였던 그가 안 보이는 등 여러가지 변화를 좀 느꼈지만... 솔직히 말해서 그가 없는 잉글이 경기보기가 더 재밌어진 건 사실이에요=_= 빠르고, 압박적이고, 빨리 이어가는 패스에 미들진의 활용 등. (제가 보는)베컴이 없는 첫 경기여서 그런지, 그 이전과 지금을 많이 비교하게 되는 건 어쩔 수가 없더군요.

좋든 싫든 간에, 이 모습이 한동안은 그리울 것 같기도 하네요.
(아까부터 계속 말하고 있는 것이긴 하지만)데이빗 베컴의 존재라는 것이 크긴 컸었나 봅니다. 그가 A매치 출장 100회를 채워서 센츄리 클럽에 가입했으면 좋겠고, 포르투갈전이 은퇴경기가 아니길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