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젠 니가 원하는게 뭔지 안 것 같다.
가도 뭐라 하지 않겠고, 남아도 뭐라고 하지 않겠다.
갈테면 가라. 남아도 별 생각 없어 이젠.
간다면, 돈 많이 주고 가고.
남으면, 그래도 언젠가는 가겠지.
뭐 사실 난 니가 갈거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누구 말마따나, 이적하고 싶단 말 전하려고 런던까지 날라왔는데 가지말라고 하면 그게 더 웃기지.
하나만 부탁하마.
내가 너에게 갖고 있는 아름다운 추억은 그만 망쳤으면 좋겠어.
난 널 이해해보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을거야.
결국 넌 카탈란이고, 나는 구너거든.
너의 고향에 대해 갖고 있는 애정과 나의 아스날에 대해 갖고 있는 애정은 결국 끝까지 함께 갈 수는 없나보다.
너는 말하겠지. 트로피가 들고 싶었어요.
가서 많이 들어. 네가 선수로서 성공하고 행복하고 싶다면, 가서 많이 들어. 그래서 지금보다 더 잘되라고.
하지만 더 이상 상실감과 분노를 안겨주진 말고,
그리고 5년 무관 동안 넌 뭐가 그리 잘났었는지 잘 생각해보렴.
난 널 아주 많이 좋아했고
니 뒷모습을 보는 지금 너무 힘들다 솔직히.
니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얼마나 너답지 않은지 한번 잘 생각해봐.
그동안 스페인 국대 갈 때마다 무슨 말을 들었지를 생각해보면 사실 오래버텼다 싶어.
그래도 난 니가 벵거가 있는 동안엔 안갈 줄 알았거든.
세스크, 난 니가 이거밖에 안되는 선수인줄은 몰랐어.
난 아스날 팬이 된지 이제 햇수로 5년째다. 결코 길다고 할 수 없는 기간.
그것도 최전성기 무패시즌은 경험하지 못했고, 내가 본 것은 무관의 세월 뿐.
처음으로 진지하게 좋아한 선수도, 세스크 파브레가스다.
물론 그 전에 베컴과 제라드를 좋아했었고 내가 유럽축구를 보게 만든 건 그 둘이었고, 처음 관심가진 클럽도 사실 아스날이 아니라 리버풀이지만, 진지하게 가지는 않았다 (신이시여, 제가 리버풀 팬이 되지 않게 해 주셔서 감사하나이다!).
아스날에 빠지게 되고, 그래서 여기까지 오게 된게 일정부분 세스크 때문이라는 거지.
그래서 도메인 URL도 세스크의 이름이지 않은가.
2006년 8월 16일, 내가 아스날 팬으로서 첫 풀 시즌을 맞이하기 바로 직전에 쓴 글이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월드컵이 끝나고 나서 유럽 리그로 눈을 돌린 후 첫사랑으로 리버풀에 빠져있다가 세스크 덕택에 아스날로 넘어온 것은 스스로 선택한 것이라는 겁니다. 제라드와 알론소 때문에 리버풀에서 허우적대다가 세스크가 그들에 대한 애정을 앞지르면서 자연히 클럽도 아스날로 넘어온 거죠. 그리고 아스날의 경기 스타일과 벵거 감독님의 스타일이 저한테 잘 맞기도 했구요. 그게 하나로 잘 버무려져서 결국 가장 응원하는 팀이 아스날이 된 거겠죠. . . 그래서 세스크가 가능한 한 오래오래 아스날에 있어줬음 좋겠어요. . . 나중에 주장완장도 차면서 말이죠..^^;
올 줄은 알았지만 지금 올 줄은 몰랐어.
아. 복잡하다 복잡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