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d Old Arsenal

제로에서 다시 시작해야 하는 테오 월콧

Louisie 2010. 1. 25.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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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스토크 시티와의 경기에서 가장 절망적이었던 점은 FA컵 탈락도 아니고, 운명의 4연전을 앞두고 졸전을 펼쳤다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테오 월콧의 말도 안되는 최악의 활약이었죠. 이번 시즌 부상을 서너번 당하며 경기 감각 한번 제대로 끌어올리지 못했다는 걸 감안해줘도 어제 경기에서는 자기가 여기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모습이 그야말로 쇼크 앤 호러.

테오 월콧은 '반드시 터져야만' 하는 선수입니다. 벵거가 부임하는 동안 사지는 못하고 노리기만 했던 빅 잉글리쉬 재능들이 여럿 있지요. 스티븐 제라드, 웨인 루니, 조 콜 그리고 애쉴리 영. 제라드는 벵거가 빅 팬이었지만 리버풀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니 덮어두고라도 루니가 에버튼에 있을 때, 조 콜이 웨스트햄에 있을 때, 영이 왓포드에 있을 때 벵거가 눈독을 들였으나 셋 다 비싼 가격의 압박으로 사지 못했습니다. 제퍼스 이후에 데여서 그런 걸수도 있구요. 그래서 이제는 놓치지 말자면서 큰맘 먹고 영입한게 바로 2006년에 사우스햄튼에서 이적한 16살짜리 꼬마 테오 월콧이었습니다. 그때 그는 정말로 센세이셔널한 재능이었고 --소튼 시절 넣은 골들을 보면 왜 지금 이런걸 못하는지 의아할 정도죠-- 테오가 터지면 언제나 잉글리쉬가 없다는 쿠사리를 들어오던 우리도 이름을 내세울 잉글랜드 대표팀이 하나 생기는 거였으니까요.

2008/09 시즌까지만 해도 성장은 괜찮았습니다. 그 전까지는 조커로 기용되어서 괜찮은 모습을 보였고 특히 지난 시즌에 크로아티아를 상대로 국대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한 이후로는 자신감까지 상승해서 주전으로 자리를 굳힐 수도 있는 위치에까지 올랐죠. 지난 시즌 리뷰를 보면 테오한테서 시작하는 공격전개 모습이 많기도 하구요. 스쿼드 내에서 중요한 선수로 자리매김을 하는 듯 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습니다. 국대에 과도하게 집착한 것 때문에 오히려 부상을 입었죠. U-21과 성인 국대 중 하나만 나가면 되는데, 벵거의 조언을 무시하고 굳이 둘 다 차출되어서 나가겠다고 고집을 부려 결국 부상을 당해 왔죠. 그 이후로는 아시다시피 부상-복귀-부상-복귀의 반복. 기어이 벵거가 f***이란 단어까지 써 가면서 일단은 아스날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라는 말을 기자회견에서 하게 만들었고.

현재의 테오의 경기력은 참담할 지경입니다. 비슷한 포지션에서 기대를 받아왔던 아론 레논이 한동안의 부진을 떨쳐버리고 좋은 활약을 하고 있고 애쉴리 영이 차세대 잉글랜드를 이끌 선수로 주목받는 동안 테오는 오히려 퇴보했습니다. 너무 어린 나이에 과도한 관심을 받고 국가의 영웅으로 추앙받았던 것이 소심한 청년에게 과도한 부담이 된 것일까요? 부상은 차치해 두고라도 이제는 마음가짐까지 초심의 그것이 아닌 것 같아 너무 걱정스럽습니다. 언제나 테오의 마음가짐을 믿고 절대로 잘난체만 하는 그런 허영심 많은 선수로 크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 믿음까지 흔들리려고 하네요.

지금의 모습만 놓고 봐서는 당장 팔아 치워도 우리가 손해볼 것은 없을 겁니다. 근데 위에서도 말했듯이, 벵거가 작정하고 영입한 잉글리쉬인지라 팔기도 어려운 처지죠. 그러니까 반드시 터져야 하는 선수인데 퇴보하고 있으니 얼마나 당황스럽고 화가 나는 일인가요.

파비오 카펠로가 테오를 많이 아낀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테오 말고도 그 자리에 뽑을 선수는 많습니다. 애쉴리 영, 아론 레논, 까딱하면 밀너도 있고, SWP도 있으며, 거기다가 베컴도 있지요. 테오가 남아공 월드컵 스쿼드에 탈락하는 것이 더 그에게 도움이 될지도 모릅니다. 지금의 테오에겐 제로에서 다시 시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아직 그에게서 완전히 믿음을 버리진 않았습니다. 테오는 모든 것을 버리고 사우스햄튼에서 처음 아스날로 오던 때로 돌아가 새로 시작해야 합니다. 월드컵은 잊어버리고, 기량을 발전시키진 못해도 다시 되돌리는 것에 주력해야 합니다. 결국 클럽에서 잘하는 선수가 월드컵에서도 잘하는 법이죠. 정신 차리자, 테오 월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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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가 너 보면 슬퍼해 임마 똑바로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