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축구에서 봤던 반전들 중 가장 짜릿한 반전이 아닐까 싶네요. 주중에 이집트와의 친선경기에 나갔던 테오가 얼마나 못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이제까지 클럽에서 했던 대로 했다면 정말 못했겟죠-- 그동안 테오를 옹호해 오던 여러 잉글 언론들로부터 뭇매를 맞았었습니다. 축구 지능이 없다, 그동안 배운게 뭐냐, 나아진게 하나도 없다.. 등등. 다 틀린 말이 아니고, 사실 그동안 정말 못하긴 못했었는데, 국대 경기로 완전히 여론이 등을 돌린 것 같더군요.
테오가 부상에서 돌아오고 나서 헤맸을 때(제로에서 다시 시작해야 하는 테오 월콧) 벵거는 '6주 후에 달라진 테오를 보게 될 것'이라고 했었습니다. 그 후로 42일이 지났고 오늘이 정확히 6주째 되는 날입니다. 그래서 터졌냐구요? 달라진 테오를 봤냐구요?
그렇습니다. 6주 드립 성ㅋ공ㅋ 전반은 어 좀 하네 오늘, 그래 열심히 해봐라 이런 느낌이었는데 후반에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이더니만 골까지 대박으로 하나 넣어버리고 그 후에도 계속 잘했어요. 속도로 뒷공간 파는 것만 잘하는게 아니라, 크로스와 패스도 정확히 공격수 앞에 딱딱 갖다놓고, 골도 왼발로 잘 넣었고. 오늘 공격수가 벤트너가 아니라 로빈이었으면 아마 3어시는 우습게 했을듯 (..벤트너 이놈아 ㅠㅠ). 자신감도 수직 상승된 느낌. 이건 진짜 벵갈량도 아니고... 동남풍이 볼 것이오도 아니고 6주 드립이 진짜 맞아떨어지다니 ㅋㅋ 신기해 죽겠네요. 뭐 특수 훈련 시킨 거냐구. 테오도 아마 주중에 비판 여론이 거세진 것 때문에 더 자극을 받기도 했을테고.. 그동안 참 못하는 걸 보고 있자니 실망스럽기도 실망스러웠고, 걱정도 많이 됐었는데, 이렇게 뽱 터지니 마음이 놓입니다. 남은 건 이 페이스를 가져가는 거겠지요.
벤트너는 참 날이 아닌 듯 -_- 전 벤트너 원톱을 두두 원톱보다 좋아합니다. 벤트너의 전술적 유용성과 무브먼트, 활동량, 찬스메이킹은 두두의 그것을 전부 능가한다고 봐요. 두두는 현재 우리팀의 4-3-3에서는 잘 쓰기가 어려운 존재입니다. 차후에 샤막이 와서 포워드진이 정리가 된다면 개인적으로 두두가 아웃될 거라고 봅니다. (도의적으로 보면 두두는 가장 우리팀에서 계속 보고픈 선수 중 하나입니다만 최근에 두두가 경기에 끼치는 영향은 미미하기 그지없지요) 오늘도 벤트너 나가고 나니 그마나 나던 찬스도 안났고. 물론 그걸 다 놓친 건 화나는 일이지만, 운이 지독히 없었던 거라고 생각해요. 지난 두 경기는 연속골 넣고 어시도 했으니까. 연습 더 하고 심기일전해서 담경기에 잘하길 바랍니다. 이 개그놈;;;
중미스리 엉엉엉... 누가 우리 스리보고 쩌리스리래! 다 나와-_- 세스랑은 다른 맛이 있지요 중앙에서. 페네트레이팅과 드리블. 한둘은 우습게 제치고. 막판엔 공끌기까지. 어시도 했잖아요? 세스한테 보낸 패스 예술이었습니다. 스리와 세스의 콤비 플레이는 정말 염원하는 모습인데 너무 보기 좋았습니다. 오늘 무릎 나가는 줄 알고 정말 철렁했는데 ㅠ ㅠ 잘해주었다 스리야.. 근데 스리와 세스의 공존은 정말 힘든걸까요? 이게 무슨 제라드-람파드 딜레마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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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밖에 막판 아르샤빈 세 번째 골은 보녁 벤트너 쪽팔리게 만드는골 ㅋ 알무니아-실베 라인은 .... OH MY EYES 로사는 언제나 잘하죠 데닐손은 so-so
리액션 보니까 세스 부상은 햄스트링 재발. 전에 빌라전에서 다쳤던 데와 같은 부위랩니다.. 과부하가 걸리니 몸이 삐그덕 거릴수밖에 ㅠㅠ 얼마나 아웃될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포르투전은 일단 아웃. 큰 부상은 아닐 것 같긴 하니 다음주 정도엔 돌아왔으면 하네요. 어차피 상대하는 팀도 번리같은 중하위 도그파이팅팀이라 오늘처럼 스리 중미도 잘 먹힐 것 같거든요.
확실히 팀이 성장하는게 보입니다. 지난 경기로 애들이 반칙에 더 단호하게 항의도 하고요. 허둥대는 모습도 줄었습니다. 오늘 3점으로 아직 경기가 안 끝난 맨유를 제치고 2위.. 1위인 첼시와 61점과 동률. MOTD에서 게리 리네커옹이 클로징 멘트로 한 말이 인상적. "One England youngster and one pass master showed they've still got plenty to offer. Goodbye. (한 잉글랜드의 젊은 선수와 한 패스 마스터가 여전히 그들이 보여줄게 많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다음 시간에.)" 전 리네커가 시즌 첫 MOTD에서 했던 말로 마무리짓고 싶네요.. "Action speaks louder than words", c'mon Arsenal.
다른 모든 아스날 팬과 마찬가지로 나도 우리가 마지막으로 트로피를 든지 5년째가 되었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이번해에 프리미어 리그 타이틀 경쟁에서 우리를 제외시키지 말아라. 당신들은 그럴 수 없다 - 이 팀은 그들이 바닥에서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한 방만 얹어맞은게 아니라 두 방을 얹어맞았는데도 그들은 다시 일어섰고, 당신은 그들의 가능성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아슨 벵거의 선수들은 빅 매치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첼시에게 두 번이나 얹어맞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여전히 리그 톱에서 우승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이제 당신은 남은 일정을 봐야 한다. 오늘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번리와 홈경기를 갖는 것부터 시작해, 소위 말하는 빅4와의 경기는 더이상 없다.
다른 팀들한테 무례를 범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은 이점이 될 수 있다. 그러니 우리는 우승 경쟁을 위해 싸우고 있는 것이다. 아슨이 길러낸 가장 최근의 세대가 그 싸움을 할 수 있는 배짱이 있다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들은 이번 시즌에 계속해서 살아남았다. 세스크 파브레가스의 부상도 이겨냈고 그리고 여전히 로빈 반 페르시도 부상 중이다. 사실, 반 페르시가 팀에 계속 있었다면 아마도 우리가 지금 리그 톱에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할 수 있다.
물론 나는 이것에 흥분한다. 나는 팬이다. 난 죽을 때까지 아스날 팬일 것이고, 당신이 다음 챔피언스 리그 8강에서 바르셀로나가 아스날을 만난다는 가능성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그런 생각을 할 수가 없다고 대답해야겠다.
챔피언스 리그 대진 추첨을 하는 날이면 언제나 그렇다. 아스날이 다른 팀과 만나는 것을 보기 전까지 나는 숨을 쉴 수가 없다. 내가 바르셀로나 선수라는 것이 자랑스럽지만 나는 아스날을 상대한다는 생각이 두렵다. 싫다.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기도한다.
그런 상황에서는 프로페셔널해야 한다. 그러나 정말 이상할 것이다. 최소한 에미레이츠 원정이지 하이버리 원정은 아니다. 하이버리의 원정팀이 쓰는 드레싱룸에 들어갈 수 있으리라곤 생각도 하지 않는다. 난 평생 살면서 그 원정팀 드레싱룸을 본 적이 없다.
그러나 에미레이츠는 현대식 구장이고 양 팀의 드레싱룸은 똑같다. 아마도 그러니 더 잘 대처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무튼, 이 주제는 이제 그만하고 프리미어 리그에 집중해 보자. 물론 나는 기쁘다. 나는 TV에서 해주는 아스날 경기를 한 번도 놓친 적이 없고 나는 당연하게도 "아슨을 믿으시오"라고 말하는 그런 사람들 중 하나다. 하룻밤만에 팀을 리빌딩할 수는 없고 나나 질베르토 실바 같은 선수들은 대체되어야만 했다. 그러나 아슨은 그렇게 했다. 언제나와 마찬가지의 방식으로, 똑같은 축구를 구사하며, 똑같은 비판이 날아들면서. 그러나 언제나 경쟁하고 있었다. 아무것도 싸울 것이 없는 상태로 3월을 맞이하지는 않았다.
사람들은 5년 동안의 트로피 가뭄이 내가 있을 때부터 시작되었다는 걸 잊는 경향이 있다. 그들은 리그를 우승하기 위해선 20골을 넘게 넣어주는 스트라이커가 있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첼시는 2005년에 그러지 않았다. 프랑크 람파드가 13골로 제일 많은 골을 넣은 선수였다. 그리고 나는 스카이와의 인터뷰에서 아스날이 이번에 그걸 또 보여줄 거라고 말했다. 그 말을 한 건 유나이티드와 첼시를 만나기 전이었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보라. 축구란건 참 이상한 경기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아스날 팬으로서 당신은 계속해서 믿어야 한다. 당신은 리그 타이틀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도박을 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마지막 남은 10경기 일정을 보고 우리한테 돈을 걸 사람들도 매우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도박사들이 돈을 거는 팀이 되고 있는 한편, 이번 시즌 아스날을 비판하는 사람들이 했던 말 중에 하나는 이 클럽이 충분한 돈을 쓰지 않았다는 것이다. 재정적으로 검약한 것이 올바른 정책인지 아닌지 얘기하는 것은 내가 말할 위치가 아니다. 내가 말했던 바와 같이 나는 그저 나의 팀이 다시금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것을 보고 싶은 하나의 팬일 뿐이다. 그러나 내가 제일 원하지 않는 것은 다른 방식으로 운영된 팀들처럼 아스날이 우승 경쟁을 하지 못하거나, 아니면 더 나쁘게 강등을 당하는 것이다.
아스날은 올바른 밸런스를 지켜 왔다 - 그리고 이것은 우리가 자랑스러워 해야 할 무엇이다.
이제는 선수로서의, 거너로서의 'we'가 아니라 팬으로서의, 구너로서의 'we'를 말하는 앙리. 고마워요. 그립습니다. 당신의 팀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아스날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