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d Old Arsenal

[EPL 12R] 날 미치게 하는 아스날

Louisie 2008. 11. 9. 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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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요 87

Barclays Premier League
Arsenal 2 - 1 Manchester Utd

Goals: Nasri 22, 48. Rafael Da Silva 90.
Booked: Gallas, Sagna, Clichy. Evra, Carrick.
Att: 60,106

Arsenal: Almunia (Fabianski 78), Sagna, Gallas, Silvestre, Clichy, Walcott (Song Billong 77), Fabregas, Denilson, Nasri, Diaby (Toure 86), Bendtner. / Subs Not Used: Vela, Ramsey, Wilshere, Djourou.


오늘 경기 요약.

1. 정말 불안감과 압박감 때문에 미칠 것 같았던 90분
2. 나스리가 날 미치게 해
3. 하워드 웹 이 병맛땜에 미쳐버리는 줄
4. 90분에 터진 맨유의 추가골과 추가시간 6분.. 스퍼스전의 악몽이 되살아나 미쳐버려
5. 마침내 울린 파이널 휘슬, 최종 스코어 2-1. 결과에 미쳐버렸다.

결론: 난 아직도 미친 상태다 -_-;;;;

구너들 전부 미쳤음ㅋㅋ 경기 끝나고 나서 아머리에 가서 기분이다 싶어 겨울 모자를 질러 주고 우리 애들 차 몰고 집에 가는거 구경도 하고 (벵거 봤음!) 배 채울 겸 근처 맥도날드에 가서 죽치고 앉아 있다가 집에 가는데 여전히 길에 가득한 구너들. 여전히 펍에 가득한 구너들. 여전히 지나가는 구너들과 승리의 기쁨을 누리는 구너들. 튜브를 타는데 여전히 튜브역에서 아스날 응원가를 부르고 있는 구너들. 네 우린 모두 미쳤어요. 아스날도 미쳤고 구너들도 미쳤어. 오늘은 크레이지 데이 ㅠㅠ

이 상황에서 제대로 된 글이 써지나요? 이런 날에 분석이고 뭐고 그런거 할 필요가 있나요? 사실 전 오늘 경기 내내 공 따라가느라 바빴지 경기를 제대로 살펴볼 여유도 없었습니다. 우리 선수들은 정말 열심히 싸웠고 힘들게 승리를 따냈습니다. 그리고 우리 팬들은 너무나도 힘들게 경기를 봤습니다. 우리 모두 선수들 한번씩 안아 봅시다. 우리 모두 서로 한번씩 어깨 주물러 줍시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아스날. 구너 여러분들 사랑합니다ㅠㅠㅠㅠ!!

+ 선수별로 쓰는 경기 감상, 평점은 내맘 (정신 없을 땐 이게 최고)

알무니아 (6): 경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백패스를 손으로 잡는 정신 나간 짓을 하는거 보고 오늘의 호러쇼는 여기서 시작되는구나! 라는 공포스러운 생각이 들었는데 다행이 그 후로는 괜찮았습니다. 수고했다. 아픈 건 별로 심하지 않겠지? 그래도 아직은 파뱡보단 네가 나아-_-; (이렇게 말해야 하는 내가 싫어 ㅠㅠ)

은별이 (7): 갈-뚜 라인보다는 확실히 갈-실 라인이 더 좋습니다. 오늘 맨유를 상대로 골도 작렬해 줬으면 완벽했겠지만 아쉽게도 부메랑을 날리지는 못했네요. 확실히 실수 없이 잘하고 있으니 예뻐해 주고픈 마음이 조금씩 드는 요즘입니다; 현지 팬들도 서서히 우리 선수로 인정해 가는 분위기네요. 아니 무엇보다 이제 선발 라인업에 은별이가 없으면 좀 섭섭한 느낌이랄까요?-_-;;; 오늘도 안정적이었습니다. 초반에 무냐한테 정줄 놓은 실수할 때는 식겁하긴 했지만 그거 빼놓고는 칭찬해 주고 싶네요. 굿 인 디 에어!

갈라스 (8): 거봐요 님하 정줄 안놓음 되잖아. 승질 안 부리면 되잖아. 오늘 후반 막판으로 들어갈 즈음에는 테오를 붙잡고 이리저리 지시도 내리고 하던데 MOTD에서는 그걸 놓고 대단한 리더쉽 어쩌고 치켜세우더라구요. 이제까지 그렇게 까더니만 바로 대단하대..-_-; 하지만 오늘 경기에서 정말 잘한 건 사실입니다. 이제부터라도 확실히 주장으로서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주세요 갈라스. 어쨌든 지금은 님하가 주장이니까.

클리쉬 (8): 댄서 꽁꽁 묶었고 오버래핑도 굿, 몇 번의 정확한 크로스. 차 안에서 팬들에게 보내준 수줍은 미소는 덤. 사랑스러운 녀석 같으니.

사냐 (7): 클리쉬보다는 살짝 부족한 모습이었으나 한동안 부진했던 걸 생각하면 그리고 부상에서 돌아왔다는 걸 고려하면 정말 좋은 활약이었죠. 오늘 사냐 못 나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나와서 천만다행 ㅠ.ㅠ 그 자리에 뚜레였다면.. 음 힘들었을 겁니다. 근데 그러고보니 은별이도 나오고 부상이라고 했던 애들 다 나왔네요;; 벵거 출전이 불확실한 애들을 전부 내보내는 위험을 감수하지는 않을 거라더니 연막이었나? 벵거가 연막도 칠 줄 알았나? (...)

데닐손 (7): 그동안 가루가 되도록 까였던 데닐손인데 오늘은 무난하게 해줬네요. 여전히 에너지 넘치게 뛰어다니는 모습과 활동량은 보여주지 못하지만 --아니 사실 그게 데닐손이 가진 능력도 아니고-- 예전처럼 세스한테 뒤치닥거리를 하게 하는 플레이는 아니더군요. 뒷선으로 물러나 앉아 포백을 보호하고 수비->공격 전환을 빠르게 해주는 역할을 맡았는데 괜찮게 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좀 더 태클과 싸움에 가담했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네요.

세스크 (8): 폼이 떨어진 건 사실입니다. 하도 혹사를 해대니 애가 체력이 모자라서 경기 후반으로 갈수록 패스 미스도 잦아지고 패스가 너무 짧거나 혹은 너무 길거나 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세스가 경기에 미치는 영향력은 어마어마합니다. 미드필드에서 모든 일을 다 맡아서 처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까요. 세스가 대단한 플레이어인 이유는 예전에는 오직 '킬패스'가 무기였던 선수에서 요즘에는 패스 말고도 키핑, 태클, 수비, 싸움 등등을 모두 커버하는 선수로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지금보다 좀 더 어렸을 때의 세스는 사실 좀 이기적인 면이 있었잖아요. 하지만 이제는 자신이 돋보이지 않더라도 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선수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경기 내내 자신의 모든 것을 던지는 세스크를 봐서 기뻤어요. 비록 제대로 휴식도 줄 수 없어 미안하긴 하지만... 이제 너에게 남은 마지막 하나는 주장 완장이다. ㅠ_ㅠ 오늘 너무너무 수고했어.

테오 (6): 마무리가 부족하더라구요. 부상에서 돌아온 거고 하니까 이해를..;ㅅ; 있는 동안엔 꾸준히 위협을 가했습니다.

나스리님 (9, MOM): 지난 포스팅에서 오늘 골 넣는 선수는 일주일간 '님'이라 불릴 수 있는 쿠폰을 준다고 했었죠? 나슬님. 슬희님. 오오 찬양하라 슬희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ㅎㄹ 보고 있니? 이게 바로 너랑 같은 포지션에서 뛰고 있는 선수란다. 너는 절대 하지 못했던 것들을 우리 슬희는 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슈팅! 그것은 바로 중거리슛! 그것은 바로 골! 하하하하하하하하!! (미쳤다) 좌우중앙 가리지 않고 뛰어다니며 오늘의 승리를 가져다 준 슬희님. 슬희님보고 실패한 영입 운운했다는 즈질 기자는 접싯물에 코 처박고 반성하길. 슬희님이 실패한 영입이면 돈 처부어서 데려온 베르바토프는 나가죽어야 할 듯?ㅋㅋㅋㅋㅋ 아무튼, 슬희님 최고. 첫번째 슈팅은 게리 무뇌빌 맞고 굴절된 거지만 두번째 골은 슬희한테까지 최종적으로 도달한 상황이나 슬희의 슈팅이나 아름다움 그 자체였습니다. 지난 경기에서 답답한 경기를 하면서 팬평점 4점 받고 이랬는데 오늘은 9점, 심지어 10점까지 나오고! 슬희님 미안했어..'ㅅ' 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디아비 (7): 나스리가 중앙을 커버하는 일도 많았기 때문에 디아비는 사이드 쪽으로 빠지는 모습도 간간히 보였네요. 벤트너 아래에 세우면서 지난 페네르바체 원정에서 디아비가 했던 역할을 벵거가 오늘도 기대한 모양인데 오늘은 아쉽게도 그 정도의 활약은 아니었습니다. 크게 잘한 건 없다고 생각하지만 키핑 잘 지키고 세스와 함께 전진해 나가며 잘 해줬습니다.

벤트너 (6): 못한 건 아닌데 그렇다고 잘한 것도 아닌 경기였네요. 전반에 헤더는 넣었어야 했고, 추가시간동안 얻었던 그 찬스도 넣었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원톱 역할을 맡겼는데 경기 내내 페널티 박스로 들어가지는 않고 사이드 쪽에서 맴도는 모습에 답답했네요-_-; 이건 무슨 4-6-0도 아니고.. 애가 긴장한 건지 슈팅이 왜 그래; 벤트너한테 신경쓰느라 맨유 수비수들이 공간을 허용하면서 미드필더들이 대신 그 자리를 파고들어갈 수 있었던 것이긴 합니다만 여전히 주문했던 역할을 해 주지 못했으니 잘했다고 해줄 수는 없겠네요. 아데발, 로빈에 비해서는 한참 모자라는 벤트너고 저도 오늘 경기 보면서 정말 짜증 났지만. 그의 나이 고작 스무살. 오늘 획득하지 못한 까방권 득템을 위해 빌라전에서는 최선을 다 하도록. 아 그리고 가끔씩 설렁설렁 뛰는 감이 있었던 벤트너였는데 오늘은 열심히 하더군요. 그건 칭찬해 주마.

서브는 생략.. 파비앙스키는 사실 나올 때 캐불안했는데 다행이 괜찮게 해줬네요. 자기 커리어에서도 가장 떨리는 순간이었을텐데 잘 넘어가서 다행입니다. 전 정말 제 인생에서 6분이 그렇게 길게 느껴지기는 처음이었어요. oTL

그리고

아스날 (10): 오늘 무엇보다 오늘 저를 기쁘게 한 건 우리 선수들의 승리를 향한 열망과 투지였습니다. 맨유전 프리뷰에서 '설령 결과가 좋지 못하더라도 바닥까지 떨어진 팀의 스피릿을 살릴 수 있는 투지를 보인다면 그걸로도 만족할 거다. 무조건 죽기살기로 열심히 뛰어라. 너희가 입고 있는 아스날 셔츠의 긍지와 자부심과 열정을 보여라.' 라고 썼었는데, 오늘 우리 선수들은 제가 원했던 것을 그대로 보여줬습니다. 지난 경기들에서의 실수와 잘못을 보상하려는 마냥 이를 악물고 뛰었고 모든 선수들이 힘을 합쳐 90분 내내 싸웠습니다. 투지, 열망, 팀 스피릿. 이 모든 걸 오늘 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승리가 더 기쁘고, 우리 선수들이 더 자랑스럽네요. 오랜만에 선수들한테 '빠따백대'가 아닌 '궁디팡팡'을 해 주고 싶은 오늘입니다 ㅠ.ㅠ 야 니네가 시즌 초반부터 이런 정신력으로 경기했으면 우린 리그 톱에 있을거야 지금 ㅠ.ㅠ.ㅠ.ㅠ.ㅠ.ㅠ

벵거 (8): 막판 교체들은 좀 아슷흐랄 했지만.... 오늘의 벵거에게는 엄지손가락을. 오늘처럼 경기 중에 리액션을 크게 하는 벵거는 오랜만에 보네요. 흐흐. 아참 오늘 그거 들으셨나요? 경기 시작한지 그리 되지 않았을 때 홈 팬들이 우렁차게 'One Arsene Wenger, there's only one Arsene Wenger, Arsene Wenger, there's only one Arsene Wenger~'를 부르는 거. 벵거 응원가인데 전 이게 에미레이츠에서 그렇게 크게 불리는 건 처음 봤습니다. 제가 경기장에 있던 건 아니었지만 그 시끄러운 펍에서 쩡쩡 울릴 정도로 들렸으니 경기장 안에서는 정말 크게 들렸겠죠. 스토크 시티전 패배 이후 모든 언론에서 벵거의 위기 어쩌고 때려댔는데, 거기에 대한 서포터들의 답변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비록 경기장 밖에서는 벵거의 아스날에 대해 실망감을 토로하는 팬들이지만 경기장 내에서는 팀과 벵거를 무조건 응원해 주는 거죠. 그들은 우리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아니면 누가 이들을 응원해 주고 보살펴(?) 주나요.

루니 & 날둥이 (8): 개발에 감사하다며. 핰핰

웹주심 (-3): 나 얘 싫어요. 핸드볼 판정, 슬희 페널티, 그 외 우리 프리킥 줄 거 안준 거. 여기 에미레이츠 맞니? 여기 우리 홈 맞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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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여기서 멈추지 말자는 거. 스퍼스전, 스토크 시티전, 페네르바체전으로 이어지는 3경기동안 겪을 거 다 겪지 않았니, 아스날. 이제는 정말로 맨유전 승리를 터닝 포인트로 삼아야 할 때입니다. 여기서 얻은 승점 3점, 그리고 그보다 더 값진 자신감, 팀 스피릿, 열망, 투지. 이것을 계속 이어나가고 더 발전시켜야 하는 것은 오늘의 승리가 남긴 숙제입니다.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도 아니고 여전히 풀어야 할 것들은 남아 있지만 맨유전 승리를 통해 잘못되었던 것들을 하나하나씩 고쳐 나가길 바랍니다. 그리고 벵거와 우리 선수들이 할 수 있다고 믿고 싶습니다. 또 다음 경기에서 봅시다. BRING IT ON, YOU GUNN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