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클래스의, 아니 그것보다 한 단계 더 높은 경기 모습을 보여주며 중요한 골을 계속해서 넣고 있다. 단순한 티에리 앙리의 조력자 역할에서 절대적인 에이스가 되기까지. 화려한 변신을 이루어낸 로빈 반 페르시가 이 좋은 폼에 대한 이유를 이야기해 주었다.
월드사커다이제스트 No.254 (11월 1일 발매) 나트륨피쉬가 번역했음, http://cesc-fabregas.biz/tt 불펌지옥
의식의 차이가 플레이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거, 의외로 큽니다.
로빈 안녕~ 좀 빠르지만 인터뷰를 시작하자구요. 이번 시즌은 개막전부터 무척이나 잘 되어가고 있지요. 당신 자신도 엄청난 응원을 느끼고 있지 않나요?
네네. 이제까지의 커리어 중에서 가장 상태가 좋다고 말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에요. 나 스스로도 놀랄 정도로 몸이 잘 움직여주고 있어요.
특히 눈을 휘둥그렇게 만드는 것이 골 결정력인데요. 프리미어 리그에서는 개막전 이후 7경기에서 5골(10월 7일 현재)을 넣었습니다, 스트라이커로서 완전히 한 단계 진화했군요.
저부터도 그렇게 생각해요. 챔피언스 리그 조별 예선에서도 이제까지 2경기 연속해서 골을 넣고 있고 말이죠. 하지만, 엄청 힘들었어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올해 1월 21일)에서 척골 골절을 당하며 스쿼드에서 이탈하게 된 후에 최상의 컨디션을 회복하는 게 말이죠. 힘든 재활 훈련을 견디고 나자, 그 다음부터는 남들보다 심한 훈련이 이어졌습니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그런 생활을 잘도 참아냈구나’ 하고, 내가 생각해도 감탄하게 되네요.
지금의 당신은 월드 클래스, 아니 그것보다 한 단계 더 높은 곳에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단순한 앙리의 조력자 역할에 지나지 않았던 지난 시즌보다도, 한 단계, 아니 두 단계 정도 스케일이 커졌어요.
하하하. 아무리 그래도 그건 좀 지나치네요. 하지만 부상을 딛고 일어났다는 것이 나를 정신적으로 강하게 만들어 준 것은 확실합니다. 슈팅도 ‘빗나가면 어떡하지’란 자세가 아니라 ‘반드시 들어간다’는 자신감을 갖고 차게 되었고요. 별거 아닌 거 같을지도 모르겠지만, 이런 의식의 차이가 플레이에 끼치는 영향이 의외로 큽니다. 거기다가 ‘기분’으로 승부하는 포워드 같은 경우는 더 그렇죠. 얼마나 기술적으로 뛰어나느냐 갖고는 절대로 톱 클래스의 스트라이커가 될 수 없어요.
변한 것은 그럼 슈팅에 대한 의식 뿐?
아뇨, 축구를 대하는 자세도 달라졌어요. 연습에서도 시합에서도, “이게 인생의 마지막 축구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하게 됐거든요. 어떤 사고가 일어나서 현역 생활에 마침표를 찍어야 하는 날이 어느 날 갑자기 오지 말라는 법은 없으니까요. 이번에 일어난 부상을 계기로, 자신을 좀 더 몰아치게 된 것은 큰 진보라고 생각합니다.
와.. 당신같이 어린 나이에 그렇게 말하는 선수는 좀처럼 없어요;; 확실히 프로의 자세로군요.
감사합니다. 그렇게 말해 준다면 기뻐요. 최상의 컨디션에 있을 때 골절을 당하고 말았던 바로 직후에는 정말 저 깊은 곳으로 곤두박질 치는 듯한 기분이었는데, 거기서부터 치고 올라올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완치할 때까지 반년 간, 피치 밖에서 팀 동료들이 플레이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솔직히 힘들었습니다. 축구 따위 포기해 버릴까 하는 생각까지 했던 시기도 있을 정도니까요. 이 괴로웠던 경험이, 건강의 중요함과 대단함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그러니까 지금은, 눈 앞에 있는 시합을 인생 최고의 경기로 만드는 것만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기합을 넣은 경기를 하면, 좀 더 잘할 수 있게 된다고, 전 그렇게 믿고 있어요.
앙리가 빠져나간 구멍을 어떻게 메우느냐가 아니라, 지금의 팀으로 어떻게 싸우느냐.
복귀 시기에 대해서는 벵거 감독과 이야기를 나눠서 결정했나요?
물론이죠. 열 내봤자 소용없는 일이니까, 아슨(벵거)에게는 “걍 천천히 조정해주세요” 라고 부탁했습니다. 컨디션에 대한 불안을 품은 상태로 시합에 나가면, 다시 부상을 당할 위험도 있으니까 말이에요.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프리 시즌 경기 전에는 맞게 돌아올 수 있었어요. 피지오들에게도 감사해야겠지요.
그 프리시즌에서 인상적이었던 경기는?
에미레이츠 컵 인터밀란 전일까나요.
아아, 그거요. 선제골을 먹은 다음에 당신과 흘렙 골로 역전승했던 경기죠?
네 맞아요. 확실히, 복귀한 후 5경기 째였어요. 오랜만에 풀타임으로 경기를 뛴 시합인데다가, 결승골까지 넣었고. 그 인테르전때 확신했습니다. “좋았어!! 이번 시즌은 뭔가 할 수 있어” 라고요. 그러니까, 아무런 불안 없이 리그 개막을 맞이할 수 있었다는 거죠. 어떻게 보면 인테르전에서의 득점이 지금의 좋은 폼을 떠받치고 있는 최고의 원인일지도 모르겠네요.
자 그럼, 팀의 지금까지 결과에 만족하고 있습니까?
어우 당연하죠. 프리미어 리그에서는 선두를 지키고 있고, 세비야와 슈테아우아 부카레스트를 이기면서 챔피언스 리그에서도 최고의 스타트를 끊었으니까요. 결과뿐만이 아니라 경기력도 말할 것 없이 좋았고, 라커룸의 분위기도 끝내줍니다. 어떤 상대와 붙어도 지금의 우리라면 지지 않을 거라는 느낌이 들 정도에요.
다음 경기에 대한 불안은?
없어요. 팀이 하나로 뭉쳐서 승리를 노리고 있는 거너스한테는, 그런거 없어요. 우리들의 트레이닝을 보면 확실히 알게 될 겁니다. 어쨌든 텐션이 높아서, 약한 소리를 하는 선수도 아무도 없고요. 우리 팀에는 ‘이상적인 팀’이라고 할 수 있는 모습이 있습니다.
앙리가 바르셀로나로 이적한 영향은 없어요?
전혀 없어요. 다른 팀 메이트들도 똑같이 생각할 겁니다.
그가 나간 구멍을 어떻게 메우느냐, 다 함께 이야기 하거나 했나요?
아뇨. 한 번도 없어요. 하지만, 티에리(앙리)를 대신할 스트라이커를 그렇게 간단히 찾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거기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건 솔직히 말해서 시간 낭비입니다. 티에리가 나간 구멍을 어떻게 메우느냐가 아니라, 지금의 팀으로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를 생각하는 게 더 중요하죠. 일치 단결해서 커다란 목표를 향해 가야 하는데, 이제까지는 그것을 잘 실천하고 있습니다.
즉, 중요한 것은 팀이라는 거죠?
네네. 지금의 아스날의 축구를 보면 단번에 알 수 있잖아요?
근데, 피지컬한 팀을 상대로 하면 좀 고생하는 거 같은데, 예를 들면 3라운드에서 만난 블랙번전(1-1로 무승부)이 그랬지요.
블랙번전 말이죠…. 확실히 위험한 상대이긴 했었지요. 원정이란 것도 있었고, 밀렸던 시간대도 적지 않게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잘하지 못한다고 생각할 리가 없잖습니까. 그들 말고도 잉글랜드 북부 클럽(뉴카슬이나 선더랜드 등)은 피지컬을 내세우길 좋아하는 경향이 있지만, 그들한테 우리가 크게 진 적은 없으니까요.
그래도, 경계는 되죠? 심판이 안 보는 곳에서 반칙을 하거나 하니까요.
그건 상대가 누구던 간에 일어나는 일인걸요. 당연한 일이지만, 반칙투성이인 경기만 해서 경기를 망쳐 버리는 진짜 구제 불능인 팀도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긴 하지만요. 뭐, 우린 우리대로 축구를 하면 되는 겁니다. 상대의 더러운 파울에 같이 화를 내면서 반응을 하는 것은, 그쪽의 의도대로 돼버리는 거니까요. 물론 우리 팀이 반칙을 당했는데 휘슬을 불지 않으면 항의는 하겠지요. 하지만 너무 과하면 안됩니다. 예를 들어서 나한테 태클한 선수의 목덜미를 잡아채 버린다면, 우리가 카드를 받을 뿐이니까요. (얘가 개구리 올챙이 시절을 모르는구나-_-;) 축구에서 과격함은 당연히 따라오는 것이지만, 골이냐 골이 아니냐의 측정을 포함해서 판단은 공정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 점을 생각하면서, 냉정한 경기를 하는 것이 중요하지요.
앞으로도 누가 봐도 아름다운, 진실한 축구를 보여주겠다
그런데, 목표로 삼고 있는 플레이어는 있어요?
목표라고 하긴 좀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크리스티아노 로날도의 플레이를 아주 좋아해요. 그는 진짜, 10년에 한번 나오는 천재에요. 따라하고 싶어도 못 따라하는 그 멋진 테크닉들을 볼 때마다 그렇게 생각하게 되요. 내가 발롱도르 심사위원이 된다면, 올해는 반드시 로날도한테 표를 던질 겁니다. 그는 그만한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으니까요.
당신이 로날도의 팬이었다니 좀 놀라운데요;; 이걸 들으면 틀림없이 로날도 본인도 기뻐할 겁니다. 근데, 프리미어 리그 올해의 선수상을 받았던 지난 시즌의 활약이 너무 신선했던 탓인지, 이번 시즌은 그렇게까지 멋지진 않아 보입니다. 오히려 나쁜 인상을 남기고 있지 않나요? 수비수한테 박치기를 먹인 포츠머스 전에서는 퇴장도 당했잖아요.
그래도, 복귀하고 난 다음에는 리그에서도 챔피언스 리그에서도 골이라는 결과를 내고 있잖아요. 결과가 좋다 나쁘다에 대해서 얘기하는 건 처음 한두 경기만 갖고는 말할 수 없는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두둔하려는 건 아니지만, 그도 주심이 보지 않는 곳에서는 상당히 반칙을 많이 당하고 있었을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런 “박치기”가 일어났을 리가 없지요. (이거 뭐야 -_-)
그럼, 대표팀 이야기를 좀 해 볼까요? 오렌지(네덜란드 국대 별명)는 유로 2008 예선을 통과할 수 있을까요? 8경기를 했는데, 무패를 계속해 나가고 있습니다. 조금씩이긴 하지만 확실하게 전진하고 있어요. 이번에 루마니아전(10월 13일)을 최소한 비기면 2위 자리는 확보할 수 있습니다.
9월의 불가리아전(2-0)을 승리한 것은 아주 컸지요.
네. 그 승리로 여유가 생겼지요.
대표팀의 시합에서도 새삼스럽게 느낀 거지만, 이번 시즌의 당신은 좀더 스트라이커 답다고 해야 할까, 골을 향한 집착이 높아진 거 같아요.
그렇지요. 에어리어 내에서 볼을 가졌을 때, 동료를 찾기 보다는 골의 위치를 보게 되어 버렸으니까요. 페널티 박스의 승부에 구애되기 시작한 건 확실해요
당신의 베스트 포지션은 어디라고 생각해요? 센터 포워드일까요?
글쎄요, 어떨까요. 별로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네요. 올라운더 스트라이커라고 하는 것이 가장 잘 맞는 거 같네요. 공격적인 포지션이라면 윙에서도 센터에서도 구애받지 않고 뛸 사진이 있구요. 자신을 어느 하나의 포지션에 가두고 싶지는 않아요. 일류 골잡이라는 것은 여러 요구에도 응할 수 있는 선수라고 생각하거든요.
이 인터뷰는 일본의 “월드사커다이제스트”라고 하는 잡지에 실립니다. 마지막으로 일본 팬들에게 한 말씀 부탁합니다.
아스날은 프리미어 리그에서도 최고의 팀입니다. 상대를 태클해서 괴롭히는 것밖에 하지 못하는 클럽도 있지만, 아스날은 다릅니다. 누가 봐도 아름다운, 진실된 축구를 앞으로도 보여주겠습니다. 아까도 말했지만, 어느 상대랑 싸워도 질 거란 생각은 안 들거든요. 그러니까, 모두들 많은 응원 부탁합니돳~~~
오랜만에 교보문고 일어서적관에 쫄래쫄래 놀러갔다가 로빈 인터뷰가 실려있어서 뒤도 안 돌아보고 사왔습니다 후하하.. 근데 오랜만에 일어 번역하려니 눈이 다 돌아가더군요-_- 요새 하도 영어 인터뷰만 봤더니 ㅠ.ㅠ 언어는 연습하지 않으면 까먹는다는 것을 다시한번 절감하며 일본어한자읽기 사전과 싸웠습니다.. 니예o<-< 이번엔 최대한 일어적 표현을 없애고 자연스럽게 번역하려고 윤문을 많이 했습니다... 만 결과 장담은 못하그여. 네 그렇습니다.
각설하고 인터뷰는 재밌었네요. 이게 국대주간에 부상당하기 전, 그러니까 딱 잘나갈 때 인터뷰 한 거라 가슴이 쪼매 아프긴 하다만 ㅠ.ㅠ 이녀석은 언제나 우리 플레이에 자부심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 같아서 참 흐뭇하와요. 지난 시즌에 메타타솔 부상 당했을 때 그렇게 힘들었구나.. 무려 축구를 관두고 싶을 때가 있었을 정도라니TAT 그걸 극복하고 한단계 더 성장했으니 너무 기특해요. 이번 부상도 너무 맘고생 하지 말고 이겨내길.. 이번엔 그래도 시즌 아웃은 아니잖어. 돌아와서 2배로 더 잘할거야 로빈 화이팅!
근데 댄서 관련 발언은 뭔가여.... 번역하면서 저 대목 하다가 죽는 줄 알았네요; 아놔 왜 두둔해 이녀석아!!!!ㅠㅠㅠ 좋아하는 것까진 뭐라 안하겠는데ㄱ-... 게다가 넌 목표로 삼고 있는 플레이어 하면 딱 베르캄프 나와야 하는거 아니니. 떽. (억지다)
아무튼 로빈, 이젠 진정한 에이스의 모습입니다 :) 앞으로도 더 멋진 모습 보여줘. 이제 못본지 2주째인데 벌써 2만년은 못본 거 같아요.. 아아 그립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