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Q에 실린 닉 혼비 아자씨의 잉글랜드 월드컵 관련 인터뷰 읽다가, 마지막 부분이 재미있어서 퍼온다.
몇년 전에 클럽간의 어떤 중요했던 경기에서, 지고 있는 팀의 한 서포터가 "니네들은 우리를 실망시켰어.. 또 (You've let us down again)"라는 말이 쓰인 현수막을 펼쳐 들은 적이 있다. 파이널 휘슬이 울리던 바로 그 순간에. 결과가 어떻게 될지 전혀 몰랐음에도 그저 자신의 음울한 예상 때문에 그걸 만들어서 경기장에 갖고 들어온 것이다. 그게 영국인들의 사고방식이다. 월드컵에서 우리(잉글랜드)가 잘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아마 월드컵을 우승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무도 그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 믿지는 않는다. 전국에서 우리는 우리의 "니네들은 우리를 실망시켰어.. 또" 현수막을 준비 중에 있다. 모르긴 몰라도 우리 중에 일부는 그걸 펼쳐 보이는 것을 좋아할 지도 모른다.
이건 영국인이라기보단 루저 근성의 아스날 팬들의 마음가짐이구만 (..) 저 팬은 울브스 팬인거 같지만. 축구팬의 정신상태와 심리상태는 연구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 나는 아스날이 무조건 닥치고 언제나 항상 무슨 일이 있어도 뭔 짓을 해도 잘하길 바라지만, 못 했을 때 스스로와 우리를 자학하는 것도 어느정도의 기쁨이 따른다. 한창 팀이 못나가고 생 난리를 떨 때도 그 난리통을 함께하면서 뭔가 '재밌다'라고 말하기엔 어려운 그런 감정을 느끼는 게 나뿐만은 아니겠지. 참 희한한 심리이지 않은가. (그렇다고 지란 말 절대 아니다-_-)